▲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밤중에 미국 백악관 남쪽 정원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이번 달 개최를 앞둔 유엔 기후총회에 미국이 불참하는 것이 오히려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더 유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 사이 연대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각) 여러 현직 외교관들을 취재한 결과 최근 미국 정부의 행보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진행된 국제해사기구(IMO) 넷제로프레임워크(NZF) 논의에서 미국 대표들은 프레임워크가 확정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다른 국가 대표단을 공개적으로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교관은 "마치 마피아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며 "전형적인 괴롭힘(bully) 전술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올해 기후총회 개최국인 브라질은 미국 대표의 행동을 두고 "주권국 사이에서 결코 사용돼서는 안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이 전했다.
미국 대표들로부터 직접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국가는 일본,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그리스 등이었다.
실제로 그리스는 회의 초반까지만 해도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지지했다가 중도에 입장을 바꿨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행동을 고려하면 이번 유엔 기후총회에서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분석도 나왔다.
▲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사전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와 유엔 관계자들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붑커 훅스트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은 외신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이 불참하는 것이 국제 기후대응에 있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훅스트라 위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이 환경 공약에서 후퇴하는 것은 COP30 회담 분위기뿐 아니라 세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력도 있다"며 "하지만 동시에 다른 국가들이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파트너십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번 기후총회를 향한 참가 열의가 평소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달 기후총회 참석을 선언한 가운데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
멧 맥도날드 호주 퀸즈랜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지난달 더 컨버세이션 사설을 통해 "그 어떤 국가도 미국의 퇴보를 이유로 국제 기후협력에서 손을 뗀 나라는 없다"며 "결론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리더십이 없어도 전 세계가 단결할 수 있다는 신중한 낙관을 가질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COP30에서 논의될 주요 주제들로는 국제 탄소시장 확대, 기후적응에 관한 각국의 입장 확립 등이 선정됐다.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확립한 유럽연합에 더해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들이 각자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최근에 확립했거나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없이도 관련 논의가 크게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적응 분야에서도 유럽연합과 중국은 올해 7월 맺은 녹색 파트너십을 통해 관련 정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크레온 버틀러 영국 왕립 외교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경제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기존의 외교적 전통을 깨고 미국의 접근방식을 따르도록 다른 나라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미국의 국제 영향력에 장기적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협박 전술이 큰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중기적으로 미국 외의 국가들은 미국과 협력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을 우회하는 방식으로 그들끼리 독립적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