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미 간 (협상은) 교착 상태”라며 “협상이라는 것이 원래 밀고 당기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은 관세가 높은 데서 시작해 내려가는 과정에서 밀고 당기기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고 산업부가 17일 전했다.
그는 “책상도 치고 저도 목소리도 올라가기도 하는 그런 과정에 있다”면서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는 지난 7월30일 미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우리나라에 일본과 유사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후속협상이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일본은 미국이 투자처를 결정하면 45일 안에 현금을 투입하고 투자금이 회수된 뒤에는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내용의 MOU 체결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합의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과거와 다른 미국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금 미국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식”이라며 “우리가 10년, 20년 전에 알던 미국이 아닌 새롭게 태어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를 미국이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어떤 분들은 3500억 달러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구조는 아니다”라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1500억 달러 사업처럼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깨고 25% 관세를 적용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한미 관계를 고려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관세 15%와 25%의 차이가 3500억 달러에 비해 작으면 보조금을 주고 몇 년간 고난의 행군을 하면 안되나 싶은 생각에 불끈불끈할 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관세 협상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냐는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