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제 완화로 포드와 GM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대규모 여유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영향으로 대부분의 자금은 내연기관차 생산 투자 확대에 쓰이고 있다. GM 전기차 '볼트' 사진.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기업들의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며 투자 전략 변화에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선물’을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GM은 최근 자동차 생산공장 2곳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축소했다. 전기 트럭 생산을 준비하던 별도 공장도 내연기관 트럭 제조를 위해 개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포드는 신형 SUV 전기차 프로젝트에 활용하려던 자금을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 용도로 전환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 완화가 제조사들의 이러한 투자 전략 변화에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연비 등 기준에 미달했을 때 정부가 부과하던 벌금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결국 GM과 포드는 규제 크레딧을 구매하는 데 활용하던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아낄 수 있게 돼 내연기관 차량에 투자할 자금줄을 확보했다.
GM은 2022년 이후 규제 크레딧 확보에 35억 달러(약 4조8563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는 이러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포드 역시 올해에만 규제 크레딧 구매에 활용하려던 예산을 15억 달러(약 2조813억 원) 가량 축소했다. 해당 자금은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에 쓰이게 된다.
GM은 전기차 시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 폐지로 경쟁사들이 점차 사업을 축소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보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GM마저 전기차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며 내연기관 차량에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GM은 소형 전기차 ‘볼트’ 시리즈를 생산하는 생산공장의 근무 시간을 축소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테네시주 전기차 공장의 근무 인력도 감축한다.
반면 규제 크레딧을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에 판매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전기차 기업들은 정책 변화에 따라 큰 손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는 2020년 이래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규제 크레딧을 판매하며 100억 달러(약 13조875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러한 주요 수익원을 놓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산업에 불이익을 주는 트럼프 정부 정책에 따라 테슬라가 전체 순이익의 약 40%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증권사 JP모간의 분석을 전했다.
트럼프 정부 정책 변화로 완성차 제조사들이 잇따라 전기차 사업을 축소한다면 자연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협력사들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