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J제일제당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비비고 만두의 제품명으로 한국식 이름인 ‘만두’가 쓰여 있다. < CJ제일제당 >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일본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매출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치바현 키사라즈시에 지은 신규 만두 공장이 완공돼 가동을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이 약 1천억 원을 투자해 축구장 6개 크기인 부지 4만2천㎡(약 1만2705평)에 연면적 약 8200㎡(약 2481평) 규모로 지은 이 공장은 국내 식품 기업이 최초로 일본 현지에 건설한 생산시설이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현지 업체인 ‘교자계획’을 인수해 현재까지 만두공장 4곳을 운영해왔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은 2일 열린 준공식에 참석해 “치바 공장은 일본 사업에서의 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영토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CJ제일제당이 일본 식품시장에 접근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기존의 일본 식품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아닌 K푸드를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비비고 만두 제품은 일본식 이름 ‘교자’가 아니라 한국식 이름 ‘만두’를 고집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2018년 처음 일본에 진출한 이후 빠르게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일본 냉동교자 시장의 규모가 연간 10%씩 성장하는 점을 감안하면 비비고 만두가 시장에서 영토를 넓히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비비고 만두가 기존 교자 소비자가 아닌 한국 음식에 관심이 생긴 새로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비고는 기존 일본 기업의 교자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며 “한국 식문화가 전파됨에 따라 거기에 맞는 식품이 현지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CJ제일제당이 일본 치바현 키사라즈시에 지은 신규 만두 공장 전경. < CJ제일제당 >
이처럼 일본에서 K푸드에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K컬처 열풍이 자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현지인들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도쿄에 사는 30대 남성 사카이 유타씨는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K팝과 K푸드를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또 다른 30대 남성 하제야마 유키씨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 소주를 마시기도 하고 찌개를 먹기도 했다”며 “일본에서 한식은 일상에 녹아 있기 때문에 슈퍼든 편의점이든 어디를 가든 (한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20대 남성 이나바 모토키씨는 “일본에서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며 “K팝 아이돌이나 드라마 속 인물이 한국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먹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와 식품에 대한 관심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일찍이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2~3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맘껏 즐기게 하는 것이 CJ의 목표”라고 주변인들에 자주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비고는 만두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K푸드로써 만두를 소개했다. 중국식 만두는 ‘덤플링’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지만 한국식 만두는 한국어 발음인 ‘만두’로 표기한다.
비비고 만두 매출은 2024년 기준으로 CJ제일제당 식품 사업부문의 일본 매출 2828억 원 가운데 21%인 594억 원을 차지했다. 미국 매출 4조7138억 원 중에서는 13%인 6128억 원이 만두에서 발생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