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현 KB증권 IB부문 각자대표이사는 2019년부터 무려 7년 동안 KB증권의 IB부문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두 명의 금융지주 회장에게 신임을 받은 그의 비결은 바로 '실적'에 있다. <그래픽 씨저널>
김 대표가 이끄는 IB부문은 2025년 상반기에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 실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취임 이후 6연임에 성공한 김 대표가 올해 상반기에도 IB 전 영역에서의 실적 확대를 이끌며 장수 CEO의 정당성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충당금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KB증권의 단기적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하지만 충당금의 적극적 전입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미래 안정성을 담보하는 긍정적 신호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 대표의 7연임에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7년 동안 6연임, 김성현은 어떻게 2명의 회장에게 신임을 받을 수 있었나
김 대표가 KB증권 IB부문 대표에 오른 것은 2019년이다. 당시 KB금융그룹을 맡고 있었던 사람은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KB투자증권과 합병해 KB증권으로 재출발시켰고, 이 회사를 2019년 김 대표에게 맡겼다.
김 대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첫 임기 2년을 보장받았고, 이후 윤 전 회장은 2021년과 2022년, 그리고 2023년에도 KB증권의 IB부문을 김 대표에게 맡겼다.
KB금융그룹은 2023년 11월21일, 2014년 11월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지주 회장을 맞았다. 양종희 KB금유지주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양 회장은 지주 회장으로 취임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023년 12월14일 KB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12월 말 임기가 끝나는 8개 계열사 9명 CEO 가운데 6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였다.
하지만 김 대표에는 이때에도 자리를 지켰다. 5번째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양 회장은 다음해인 2024년 연말 인사에서도 KB증권의 IB부문 대표 자리를 김 대표에게 맡겼다.
김 대표가 무려 7년 동안 KB증권의 IB부문을 이끌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KB금융그룹 최고의 IB전문가라는 점과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린 실적에 있다.
김 대표는 대신증권에 몸담던 시절부터 기업금융팀을 이끌었던 기업금융(IB)맨으로, KB증권 최고의 IB 전문가다. KB증권에서도 기업금융본부장, IB총괄 부사장을 지냈으며 KB금융지주에서 기업투자금융 부문장을 겸직하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3433억 원이었던 KB증권 IB부문의 영업수익을 2024년 1조1701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IB부문 영업수익이 KB증권의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기간 5.8%에서 10.8%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 2025년 IB명가 자존심 지킨 KB증권, 김성현 7연임 청신호
김 대표가 이끄는 IB부문은 2025년 상반기에도 ‘IB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공모액 1조2659억 원으로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 IPO였던 LGCNS의 상장을 맡아 공모액 1조1994억 원을 쌓아 올린 것이 주효했다.
KB금융지주의 상반기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증권은 기업공개를 포함한 전체 ECM 시장에서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채권자본시장(DCM)에서도 1위를 지켰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따르면 KB증권은 2 24년까지 14년 연속으로 국내 DCM 1위를 지켜왔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대표주관 인수액 6345억 원을 기록하며 2위인 한국투자증권(3100억 원)을 큰 폭으로 따돌렸다.
◆ PF 충당금 수익성에 제동 걸었지만 장기적 건전성은 개선
재미있는 점은 이런 상반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 KB증권 기업금융부문의 법인세차감전순손익(PBT)은 2024년 상반기 1356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87억 원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충당금 전입의 영향 때문이다. 부동산PF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미리 전입해 충당금으로 쌓은 결과 상반기에 사업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오히려 수익성은 악화된 것이다.
다만 이는 KB증권이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건전성을 우선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 대표의 전략적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는 것은 단기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 리스크관리 측면에서는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은 부실 자산이나 투자 손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일부 투자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기에는 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