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세번째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 매각 본입찰이 흥행에 실패해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단독입찰한 중국계자본이 산업은행의 기대치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낼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22일 KDB생명의 매각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중국계자본이 자금을 댄 IBK투자증권 사모펀드(PEF) 한곳만 응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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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아예 유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산업은행의 기대와는 달리 흥행에 실패한 셈이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곳에도 실사 기회를 부여해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추가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이런 입장을 취한 것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자본 2곳이 예비입찰단계에서 써낸 가격이 산업은행 예상치보다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자한 금액규모는 9500억 원가량인데 중국계 자본들이 제시한 예비입찰가격은 3천억~4천억 원대라는 말도 나온다.
KDB생명은 74억 원 규모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자본확충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29일 발행하기로 하는 등 매각을 위해 노력했지만 시장의 관심을 얻지 못한 셈이다.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업황이 좋지 못한 데다 KDB생명의 경영지표도 최근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DB생명의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83.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다른 생명보험회사들이 지급여력비율 250%~350%를 나타내는 것과 비교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 지급여력(RBC)비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수의향자의 자본확충 부담이 크다.
KDB생명은 후순위채를 발행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인수의향자의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발행한 후순위채는 5년 만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매년 20%씩 자본 인정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자본확충 부담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본입찰에 참여한 중국계 자본이 예비입찰가격에 이어 본입찰에서도 산업은행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적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KDB생명은 상반기에 순이익 821억 원을 냈지만 3분기에 순손실 65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선 점도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본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매각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국내에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계 금융자본이 중국정부의 눈치를 보며 한국 금융회사의 인수협상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KDB생명 본입찰에 참여한 중국계 자본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고 낮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구도가 이뤄져도 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대가 제시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에서 단독입찰이 이뤄졌다”며 “산업은행이 어느 정도까지 가격을 낮출 지가 매각성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