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격적 반도체 진출전략이 삼성전자 등 기존 반도체기업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뚜렷한 성장목표를 두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에 집중해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5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이 대규모 투자에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업체들은 반도체 후발주자로 삼성전자와 인텔 등 대형 반도체기업과 맞서 불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노하우와 기술력의 한계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향후 모두 1천억 달러를 투자해 한국을 뛰어넘는 반도체 1위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세계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55%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이폰 등 첨단제품에 탑재되는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베인앤컴퍼니는 “중국의 반도체 육성목표는 글로벌 공략보다 중국에서 소비되는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려는 것에 가깝다”며 “자금력을 동원해도 세계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술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업체들이 예상보다 빨리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최우선목표는 모바일과 SSD용 낸드플래시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기술과 양산노하우를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파악했다.

황 연구원은 중국이 이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이 반도체사업에서 급성장하며 사용했던 전략과 같이 강한 추진력을 앞세워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최근 합병을 결정한 중국 칭화유니그룹과 XMC의 경우 모두 12개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주로 낸드플래시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앤컴퍼니는” 중국이 계획된 투자를 모두 집행한다고 가정하면 메모리반도체 최대 강자로 거듭나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라며 “하지만 기술적 약점을 극복하는 데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부터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을 인수합병해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두고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자 독자기술 확보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은 기존업체 인수를 차선책으로 두고 자체 반도체기술력 확보를 궁극적 목표로 두고 있다”며 “시장진출시기가 늦어지더라도 기술자립을 이뤄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기업의 장기적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꾸준한 기술투자로 격차를 더욱 벌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반도체에 집중하기보다 반도체의 생산원가를 낮춰 규모의 경제 효과로 매출과 수익을 모두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SSD 시장점유율은 40%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서버용 SSD 시장점유율은 20% 정도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기준 5% 정도로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58%와 비교해 크게 뒤진다. 전체 반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시장의 장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진입장벽이 높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에 기술개발을 더 집중하는 체질개선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BC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기술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며 “중국의 진출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