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법안을 두고 아직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권이 실제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 하반기 서울 대단지 신축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이 대거 풀린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고 있어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 현장.
22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무산되면서 실거주 의무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 법안심사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청약경쟁률도 높아지면서 투기수요 우려 등을 앞세운 야당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어 법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미 분양권 시장은 다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실거래 의무 폐지법안이 국회 법안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분양권 거래 열기는 진정세로 돌아섰다.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건수는 2023년 5월과 6월 각각 82건, 88건까지 올랐다가 7월 73건, 8월 46건, 9월 7건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1·3 부동산대책의 전매제한 규제완화 등에 힘입어 분양권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공급이 귀하고 청약경쟁률이 높은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권은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부동산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 2023년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건수는 모두 41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1건)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거래가 활발해지고 수요가 늘면서 ‘웃돈(프리미엄)’도 비싸게 형성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면적 84.97㎡ 분양권은 6월 15억112만 원에 거래됐다. 분양가(8억4620만~10억8470만 원)와 비교해 적게 봐도 4억 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청량리역 롯데캐슬은 2021년 2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를 도입하기 전 분양한 단지로 올해 1·3 부동산대책으로 바로 전매제한이 풀린 곳 중 하나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세대),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세대) 등 2022년 말 서울 분양시장 대어 단지들도 전매제한이 풀리는 만큼 분양권 시장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적지 않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국에서 분양권에 관한 문의전화가 정말 많이 온다”며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지 않으면 분양권 매매도 안 되기 때문에 12월16일(전매제한이 풀리는 날) 뒤 뉴스를 보다가 법안이 통과됐다하면 전화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현재 조합원 입주권도 전용면적 84㎡가 18억~19억원대에 거래되면서 분양가와 비교해 ‘웃돈(프리미엄)’이 6억 원가량 붙어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84㎡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1280만 원 수준이었다.
전용면적 84㎡와 함께 인기 평형인 59㎡는 시장에 풀린 입주권도 거의 없어 분양권 전매를 노리는 수요자들도 많다.
하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 전매제한이 올해 12월에 풀리더라도 실거주 의무 폐지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분양권 매매가 불가능하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때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입주 가능일로부터 2~5년 동안 직접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외에도 올해 말부터 차례차례 전매제한이 풀릴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강동헤리티지자이, 고덕강일제일풍경채 등도 모두 각각 2~3년의 실거주 의무기간이 있다.
▲ 국토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시행된 2021년 2월 뒤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모두 66곳, 4만4천 세대에 이른다. 사진은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국토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시행된 2021년 2월 뒤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단지는 모두 66곳, 4만4천 세대에 이른다.
실거주 의무 폐지법안 등 후속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1·3 부동산대책의 전매제한 규제완화 조치 효과가 온전히 나타나기 어려운 셈이다.
정부는 올해 1월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으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 전매제한 규제완화, 중도금 대출 제한완화 등을 발표했다.
올해 7월 발표한 정부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부동산정책부문에서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주택법 개정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3월과 4월, 5월 계속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차례가 밀렸다.
주택법 개정안이 다시 한 번 상정된 9월20일 법안소위는 열리지도 못하고 무산됐다. 여기에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관련 법 개정안 등 주요 부동산 법안 심사도 밀리고 있어 앞으로 일정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초 정부 대책 발표 시점과 비교해 달라진 분위기도 법안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전세사기 사태 여파로 갭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은 2017년 발표된 6·19 대책으로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 뒤 6년 만에 분양권 전매시장이 열렸다. 수도권에서 전매제한이 풀린 아파트는 약 120개 단지, 12만여 세대로 집계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