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기업들이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 재편작업이 일단락되면서 시멘트기업들이 단가를 올릴 여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가 인상 시도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기업, 원재료 가격 올랐지만 시멘트 가격 인상 어려워 '난감'

▲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뉴시스>


19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시멘트기업들이 시멘트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 부담 가중으로 가격 인상 명분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멘트 기준단가는 2014년에 톤당 7만5천 원으로 확정된 뒤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시멘트 생산에 꼭 필요한 유연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멘트기업들은 점점 수익성 하락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시멘트 원가에서 유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30% 수준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3월 첫째 주에 톤당 100.3달러를 보였다. 2016년 연평균 가격인 톤당 66달러와 비교해 가격이 51.9% 상승했다.

시멘트기업들은 주로 중국과 호주, 러시아 등에서 유연탄을 매입하고 있는데 고정계약분과 시장가격의 차이 등을 감안해도 유연탄 매입단가가 약 45%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과거 유연탄 가격이 오를 때마다 시멘트 가격이 올랐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상황에서도 시멘트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전방산업인 건설산업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단가 인상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고 시멘트기업 관계자들은 말한다.

시멘트기업의 한 관계자는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라 시멘트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지만 부동산 경기 흐름이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꺾이고 있기 때문에 인상 협상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17년보다 14% 감소한 19조 원으로 확정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해마다 7.5%씩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시멘트기업, 원재료 가격 올랐지만 시멘트 가격 인상 어려워 '난감'

▲ 아파트단지 모습.


건설사들의 먹거리로 부상했던 주택경기마저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받아 둔화할 가능성이 커 시멘트 가격 인상 얘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멘트기업들이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가격 인상에 신중함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멘트업계가 과거 7개 기업에서 5개 기업 구도로 축소되면서 과거보다 가격 경쟁과 시장점유율 등과 관련한 이해관계자가 감소해 경쟁구도가 완화됐다”면서도 “하지만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단기적 가격 상승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일시멘트가 2017년 초에 사모펀드 LK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는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했다.

시멘트업계가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 아시아시멘트 등 3강 기업을 주축으로 성신양회와 삼표시멘트를 포함한 5개 기업 구도로 재편되면서 경쟁 완화에 따른 가격 인상 기대감이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인상 얘기를 밖으로 꺼내기는 아직 힘든 상황으로 파악된다.

사모펀드가 시멘트업계에 진출하면서 업계 교류가 거의 사라진 점도 인상과 관련한 업계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