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이 1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청약을 진행한다. 사진은 '드파인 연희' 위치도. < SK에코플랜트 >
건설업계 격전지인 서울 도시정비 시장이 지난해 열기를 더한 만큼 ‘실적과 인지도 부족’이란 단점을 안고 있던 두 기업도 브랜드 전략의 분기점을 맞이했다.
4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SK드파인 연희’는 오는 9일 공고를 내고 1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분양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 1월 내 분양 가능성이 높다.
SK드파인 연희는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1구역을 재개발해 지어지는 단지로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았다. 전용면적 59~115㎡의 13개동, 최고 29층, 959세대 규모로 구성되며 일반분양분은 332세대다.
SK에코플랜트 최상급 주거 브랜드 ‘드파인’이 서울에서 최초로 분양에 돌입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은다. 이밖에 SK에코플랜트가 GS건설과 공동시공하는 노량진 6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라클라체 자이드파인’도 올해 상반기 분양이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가 도시정비 격전지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의 입지를 다질 기회를 맞은 셈이다.
드파인은 SK에코플랜트의 최상급 주거 브랜드로 ‘SK뷰(SK VIEW)’를 내놓은 이후 22년 만인 2022년 8월 출범했다. 주요 건설사가 이르면 2010년대부터 하이엔드 전용 브랜드를 내놓은 만큼 후발주자로 여겨졌고 ‘드파인’ 이름으로 진행된 청약도 지난해 ‘드파인 광안’이 전부였다.
포스코이앤씨도 올해 서울에서 최상급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의 데뷔전을 앞뒀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오티에르 반포’는 현재 오는 2월 분양이 예상된다. 신반포18차 아파트 재건축 ‘오티에르 신반포’도 올해 분양이 전망된다.
포스코이앤씨는 2022년 7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출범했다. 그동안 ‘더샵’을 중심으로 주택 브랜드를 꾸렸지만 서울 핵심지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오티에르 또한 주요 건설사 최상급 브랜드 가운데 출발이 늦었던 만큼 아직 실제 지어진 단지가 없다. 지난해 처음 ‘오티에르 포레(성수장미 재건축)’ 청약은 진행됐지만 선분양으로 청약을 앞둔 ‘오티에르 반포’와 ‘오티에르 신반포’는 후분양 단지다.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가 뒤늦게나마 급성장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공백을 메울 최소한의 카드를 손에 쥐게 된 셈이다.
도시정비 시장은 지난해 64조 원 가량으로 급증했고 10대 건설사 몫은 이 가운데 48조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10대 건설사 참여 경쟁입찰도 지난해 5곳(한남4구역·성남은행주공·원효성빌라·용산정비창전면1구역·개포우성7차)로 2024년 2곳 대비 늘었다.
건설사 사이 경쟁이 늘면서 그만큼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입찰 공고부터 건설사의 ‘최상급 브랜드 참여’를 명시하는 곳도 속속들이 등장했고 시공사 선정 이후에 조합이 최상급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며 건설사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증가했다.
포스코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하이엔드 브랜드의 서울 데뷔를 통해 이제 다른 주요 건설사와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두 기업에게 하이엔드 브랜드의 서울 데뷔가 지니는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반도체 종합 설루션' 기업으로 탈바꿈을 위해 도시정비 시장에서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안전사고 문제에 수주를 멈춘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지난해 도시정비 신규 수주액이 1조 원을 넘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드파인 연희의 분양이 성공하면 브랜드 입지 강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공개(IPO)를 위해 성장성을 높이고 전통 건설업 색을 지우고 있어 전사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기는 어렵다.
▲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11월 '오티에르'의 정착을 위해 유명 작가 양태오씨와 손잡고 내부 인테리어 브랜드 '아틀리에 에디션'을 선보였다. 사진은 '아틀리에 에디션' 행사장.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이앤씨는 SK에코플랜트와 달리 ‘오티에르’의 경쟁력 강화가 보다 절실하다.
지난해 잇단 중대재해 문제에 인프라 부문이 축소돼 가뜩이나 높은 주택 부문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지난해 역대 최고인 6조 원에 육박하는 신규 수주 잔고를 쌓았지만 올해 수주전에서는 ‘오티에르’의 실물 부재를 짚는 조합 목소리도 존재했다.
두 기업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입지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적용에는 신중히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졌지만 건설사가 희소성 측면에서 무작정 남발하기는 어렵다”며 “실제 적용은 사내 심의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검토된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