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RA) 상품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인공지능(AI)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처를 추천하는 자산관리서비스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가 고객을 직접 마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을 할 수 있는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을 허용하지 않아 시장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은행권과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회사들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새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내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시험공간)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새 상품에 적용한다.

금융위는 코스콤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사전에 시험하는 ‘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해 금융회사들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인했다.

금융위의 시험에서 금융회사와 핀테크업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 등 23곳 업체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26개가 통과되고 16개가 탈락했다.

금융위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시험을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투자자문과 투자일임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커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융위가 내놓은 금융투자업 개정안이 2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서비스가 허용됐다.

금융위의 시험을 통과한 새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기존 상품과 달리 사람의 개입 없이 전산시스템만으로 자산운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투자자 성향분석부터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등 자산운용 각 단계에서 투자전문가가 의무적으로 참여해야만 했다.

금융위가 5월 말부터 11월까지 진행하는 2차 시험(테스트베드)에도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업체 20곳이 참여를 신청해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가 비대면으로 투자일임 계약을 맺는 것은 허용하지 않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장점이 부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금융회사의 점포를 직접 방문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전문인력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저렴한 수수료를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는데 비대면으로 계약을 맺지 못하면 인력 및 점포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수수료를 낮추기 어렵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에 비대면 투자일임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또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고 있는 은행과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고객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중소형 금융회사 및 핀테크업체들은 경쟁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는 불완전판매 증가를 걱정해 당분간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규제가 핀테크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