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총회 '사실상 실패' 평가, 화석연료 전환·기후재원 실질적 진전 없어

▲ 브라질 벨렝에서 22일(현지시각)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유엔 기후총회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이 22일(현지시각) 종료됐다. 원래 21일에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화재가 발생하면서 하루 연기됐다.

외신들은 이번 기후총회 성과를 두고 사실상 실패한 회의라는 평가를 내렸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로드맵, 삼림 파괴 중단을 위한 협의체 수립, 글로벌 기후재원 확대 등 주요 의제들이 제대로 합의되지 못한 채 끝났기 때문이다.

탈화석연료 로드맵과 삼림 보호 협의체는 각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로 명시됐고 기후재원은 2035년까지 1조3천억 달러(약 1917조 원)를 마련하는 것이 확정됐으나 구체적 이행 수단은 협의되지 않았다.

마누엘 풀가르-비달 세계환경기금(WWF)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은 "이번 COP30은 '진실의 COP'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장밋빛 약속은 넘쳤지만 정작 구체적 로드맵도 실효성있는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번 기후총회가 화석연료 시대를 끝나고 삼림 벌채를 종식한다는 종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가디언을 통해 "COP30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우리 현재 상황과 과학이 요구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아직도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COP30 최종 합의문은 앞서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시작한다'는 계획 이행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원래 초안에서는 해당 사항도 빠져 있었으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의 격한 반발에 포함되도록 변경됐다.

로이터는 이번 기후총회는 세계 각국이 기후대응 의제를 두고 의견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회의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빠진 만큼 각국을 합의로 이끌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회의장에서는 참여국 사이의 비판과 보이콧 선언 등 온갖 사건들이 발생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자국의 석유 산업이 제재 대상이 된다면 기후총회에서 빠지겠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붑커 훅스트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은 로이터를 통해 미국 불참을 두고 "그 정도 규모의 플레이어가 나타나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 것은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