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식품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수준을 크게 밑돈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국내 식품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국내 최대 식품 기업인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심은 5.5%였다. 롯데웰푸드는 2.5%를 기록했는데, 1천 원 팔아서 25원 남긴 셈이다.
그나마 오리온과 삼양식품이 글로벌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상반기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6%, 삼양식품은 23.5%였다.
국내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이 글로벌에 미치지 못하는 데는 식품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품기업은 민생에 기여하는 것이 도리라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존재하는 듯하다.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몰매를 맞을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가계 경제를 위해서 가장 먼저 손대는 곳도 식품기업이다. 2023년 정부에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자 농심은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을 1천 원에서 950원으로 내렸다.
낮은 이익률로 연명하는데도 사람들은 식품 기업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최근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오리온 ‘포카칩’의 원가 분석에 나섰다. 비슷한 크기 감자를 사서 동일한 공정으로 감자칩을 만든 결과 포카칩 66g짜리 한 봉지에 감자 0.6개가 들어간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오리온 연구원은 직접 댓글을 달아 튀기는 과정에서 80%가량의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에 포카칩 한 봉지에는 200g짜리 감자 1~1.5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 계산한 원가는 453원으로 원가율 약 33%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원재료비만 포함됐을 뿐이다. 인건비와 전기세, 공장 설비 감가상각비 따위는 고려되지 않았다. 33%보다 원가율이 높으면 이익을 남기기가 어려워지는데 말이다.
▲ 지난해 K푸드 수출 규모는 99억8천만 달러(약 14조6천억 원)였다. <연합뉴스>
최근 한 식품업계 임원은 기자에게 가계부를 한번 자세히 뜯어보기를 권했다. 그동안 지출을 늘린 주범으로 식품이 아니라 교통비나 월세가 더 큰 영향을 준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식품 가격 50원 올린 것에 더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국내 기업들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제 기업들의 무대는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각축전으로 바뀌었다. 영업이익률 3~4%대를 가지고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K푸드 수출 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99억8천만 달러(약 14조6천억 원)로 100억 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라면이 12억5천만 달러(약 1조8천억 원), 과자류가 7억7천만 달러(약 1조1천억 원)를 차지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수출을 포함한 해외 매출 규모는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부문이 5조6천억 원, 삼양식품이 1조3천억 원, 농심이 1조3천억 원, 롯데웰푸드가 1조1천억 원 등이었다.
K푸드가 세계화를 위한 중요한 분기점에 놓여 있다. 식품산업의 이익률을 보는 시선에 변화가 필요한 때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은 영업이익에서 비롯된다. 제품 혁신이 계속돼야 글로벌 시장에서 싸울 수 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