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의 ‘공격적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수한 독일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IDT바이오로지카’가 1년 만에 흑자전환이 유력해지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개선의 첫 퍼즐을 맞추고 있다.
5일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을 살펴보면 IDT바이오로지카 인수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 3분기 누계 매출 4672억 원, 영업손실 719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4년 3분기(누계 매출 1106억 원, 영업손실 876억 원)와 비교해 매출은 322.4% 증가하고 적자 폭도 줄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은 코로나19 백신 특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1년을 정점으로 4년 연속 감소했지만, IDT바이오로지카 실적 개선으로 반등의 신호탄이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다.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21년 9290억 원에서 2024년 2675억 원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1년 4742억 원에서 2022년 1150억 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 적자전환(-120억 원)해 2024년(–1384억 원)에는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다. 다만 올해는 매출 6480억 원, 영업손실 90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돼 외형과 수익성 모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 IDT바이오로지카다.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 IDT바이오로지카다. IDT바이오로지카는 백신 위탁개발생산 글로벌 10위 수준의 기업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비롯해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IDT바이오로지카 실적이 SK바이오사이언스 연결 재무제표에 온전히 반영되는 첫 해다. 이에 인수효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는데, 현재까지는 기대에 부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DT바이오로지카는 2025년 3분기 누계 매출 3413억 원, 영업이익 143억 원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매출 2866억 원, 영업손실 239억 원)과 비교해 매출은 19% 늘고 흑자전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IDT바이오로지카의 생산 효율 개선이 원래 목표했던 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재용 사장은 앞서 2023년 “앞으로 5년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미래를 좌우할 적극적 투자의 시기”라며 앞으로 5년 동안, 지난(2018~2022년) 5년 동안 투자금액의 약 5배인 2조4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약 2630억 원을 들여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를 5년 안에 연결기준 매출 1조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차기 핵심 매출원인 21가 폐렴구균 백신은 2027년이 되어야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IDT바이오로지카 실적 개선이 당장 시장에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8년 IDT바이오로지카의 IPO레디도 목표하고 있어 IDT바이오로지카 단독으로도 실적 개선이 중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 인수 이후 조직 재편과 공정 효율화 작업에 착수하고, 신규 최고사업책임자(CCO)를 선임해 본격적인 수주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안재용 사장이 기대한 인수효과는 단순히 연결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능력이 한정된 안동공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안동공장의 생산능력이 한정되어 있어 수주 확대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IDT바이오로지카의 생산설비를 활용해 주요 제품의 공정 이전 작업도 병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안동공장을 증축했지만 여전히 생산능력이 부족한 수준이다. 수출물량을 더 늘릴 여력이 있지만, 생산능력 제약으로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IDT바이오로지카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요 공정 이전 작업이 완료되면 자체 제품 추가 생산만으로도 IDT바이오로지카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어 두 회사 간 시너지가 한층 커질 것”이라며 “IDT바이오로지카는 여러 자격 요건에서 안동공장보다 앞서 있는 만큼 앞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IDT바이오로지카의 CDMO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