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체 가입자 무상 유심교체 결정, 가입자 이탈에 비용 폭증 4분기 실적 악화 불가피

▲ KT가 불법 초소형 기지국 해킹 사태로 흔들린 신뢰 회복을 위해 전체 가입자 무상 유심 교체를 추진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가입자 이탈, 정부 제재 가능성까지 겹치며 4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T가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통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 이후 흔들린 가입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를 실시한다.

그러나 유심 교체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과 가입자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4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나 과징금 부과 조치가 뒤따를 경우 실적 하락 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T 이사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열어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무상 유심 교체 안건을 의결했다.

KT는 지금까지 불법 초소형 기지국 신호를 수신한 2만여 명에 한해서만 무상 유심 교체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여론이 전체 가입자 보호를 요구하며 압박을 이어온 만큼, 이사회가 전체 가입자 대상 무상 유심 교체 안건을 전격 승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가 이뤄질 경우, SK텔레콤 사례처럼 가입자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SK텔레콤은 지난 4월28일 전체 가입자 대상 무상 유심 교체를 결정한 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하기 전임에도 한 달 만에 약 40만 명의 가입자가 경쟁사로 이동했다.

KT도 9월 해킹 사고가 불거진 이후 가입자 순감 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 무상 유심 교체 결정이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KT의 번호이동 순감 가입자는 9월 2992명에서 10월 6523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KT의 4분기 실적 부진을 예상하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의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조7855억 원, 영업이익 4073억 원, 순이익 2061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3분기 추정치 대비 매출 1.4%, 영업이익 20.2%, 순이익 47.6% 감소한 수준이다.

여기에 유심 교체에 따른 직접 비용뿐 아니라 가입자 감소까지 겹칠 경우 4분기 실적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심 1개당 원가를 7700원으로 가정하면, 9월 기준 약 1370만 명의 KT 전체 가입자 유심을 교체할 경우 총비용은 약 105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가입자에 대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조치 여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도 실적에 또 다른 악재 요인이다.

KT 해킹 사고에 대한 정부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와 위약금 면제 조치 여부, 과징금 부과 결정은 이르면 4분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조사 착수 후 최종 결과 발표까지 약 75일이 소요됐으며, 정부 발표 두 달 뒤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KT도 빠르면 올해 내 조사 결과와 제재 수준이 순차적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KT 전체 가입자 무상 유심교체 결정, 가입자 이탈에 비용 폭증 4분기 실적 악화 불가피

▲ KT가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조치와 과징금까지 부담한다면 해킹 사태로 인한 손실이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KT는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금 면제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시지원금 50만 원을 기준으로 약 1370만 명의 5%의 가입자인 68만5천 명이 이탈해 지원금을 면제받는다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약 3425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KT는 SK텔레콤과 달리 현재까지 파악된 개인정보 유출의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실제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무선 매출 6조9599억 원의 3%를 기준으로 하면 과징금은 최대 2088억 원에 이를 수 있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절반 가량 감경되더라도 1천억 원 안팎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킹 관련 비용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과징금 부과와 위약금 면제 가능성으로 위약금 면제 범위가 넓어진다면 수천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