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 '반토막', 하이브리드에 '올인' 전략 다급해져

▲ 4월16일 미국 뉴욕시 국제 자동차 박람회에 앞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방문객들이 현대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트럼프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종료 여파로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에 큰 타격을 입어 방향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까지 급감해 여전히 시장 수요가 견조한 하이브리드차로 ‘올인’ 전략을 펼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은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까지 제공받던 전기차 세액공제 9월 종료로 10월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은 10월 미국 순수전기차 합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6%나 감소한 3834대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의 10월 판매량은 9월보다 각각 80%와 71% 떨어졌다.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9월에 수요가 몰렸다 해도 현대차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전기차 판매가 한 달 만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셈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CNBC를 통해 “세액공제 만료로 10월 전기차 판매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포드 또한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보다 25% 감소했으며 토요타는 지난해 10월 1401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이 올해는 고작 18대에 그쳤다. 

트럼프 정부가 세액공제를 비롯한 전기차 지원책을 축소해 시장 수요 자체가 사실상 소멸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 유통 플랫폼 에드먼즈의 제시카 콜드웰 분석가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인센티브가 끊기면서 전기차를 진심으로 원하는 소비자만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 모두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의 10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가 일반적으로 전기차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내연기관보다 연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에드먼즈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미국 전기차 평균 거래 가격은 6만5021달러(약 9362만 원)로 집계됐다. 반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신차 평균 가격은 5만 달러(약 7200만 원)로 나타났다. 전기차를 고려하던 소비자가 하이브리드차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CNBC는 “완성차 업체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 10월 미국 전기차 판매 '반토막', 하이브리드에 '올인' 전략 다급해져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에 위치한 토요타 딜러십에서 10월8일 툰드라 픽업트럭과 세콰이어 SUV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26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 준공식을 열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전기차 시장이 세액공제 종료와 부족한 충전 설비 등으로 ‘캐즘(일시적 수요 증가 둔화)’을 겪으면서 하이브리드차로 전환 필요성이 커진 상황으로 보인다. 

일단 현대차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9월18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종을 현재보다 2배 많은 18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10월30일 진행한 3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 내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신차를 미국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 수요에 대응하려면 이러한 신차 도입을 더욱 서둘러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일찍히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선제적으로 늘려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토요타 북미법인은 올해 3분기 지난해보다 14.4% 증가한 62만9137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4.9%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에서 나왔다. 

프리우스와 캠리를 비롯한 30종의 토요타 전기차 가운데 순수전기차는 bZ4X와 렉서스 RZ 두 종뿐이라 전기차 판매 대부분은 하이브리드라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10월16일자 기사를 통해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로 전환하고 있다”며 “토요타가 개척한 길을 따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미국 세액공제 종료로 전기차 수요가 하이브리드차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현대차가 토요타와 같은 선두 주자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CNBC는 “현대차와 포드의 10월 실적은 앞으로 전기차 판매 감소를 미리 보여주는 신호”라며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대안이 필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