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박찬구와 자녀 박준경 박주형 지분율 불안, 자사주 13% 활용 유혹 뿌리칠 수 있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아들인 박준경 사장(오른쪽), 딸인 박주형 부사장의 지분율이 도합 17.18%에 그쳐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은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4년 3월 회사가 보유한 전체 자사주의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는 안을 발표하고, 이 시점과 2025년 3월에 각각 87만5천 주를 소각했다. 2026년 3월에도 같은 양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25년에도 신탁계약(3월17일∼9월16일)을 통해 자사주 42만7845주(약 500억 원 규모)를 매입하고 9월26일 이를 소각했다. 

이 같은 자사주 소각에도 불구하고 금호석유화학은 여전히 높은 자사주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자사주 비율은 14.51%이며, 9월 이뤄진 소각까지 반영하더라도 이 회사의 자사주 비율은 13% 정도로 추정된다.

내년 3월 예정된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자사주 비율은 1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 지분율 취약한 박찬구 일가, 자사주 활용 유혹 뿌리치기 힘들어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크게 두 가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경영권을 갖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가족과,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가족이 그 주인공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아들로, 박 회장에게는 조카다.  

문제는 두 가족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는 2021년 이후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다. 최근에도 박 전 상무가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런데 박 회장 가족의 지분율은 매우 불안한 상태다. 박 회장(7.71%)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사장(8.25%), 딸인 박주형 부사장(1.22%)의 지분율은 도합 17.18%에 불과하다. 이는 박 전 상무 가족의 지분율(11.49%)에 견줘 높기는 하지만 경영권 방어에는 취약한 수준이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자녀인 박준경 사장과 박주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사실상 3세 경영이 시작된 시점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방안 마련에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향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금호석유화학 역시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자사주 활용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 늦어도 내년 정기주주총회 직전까지는 구체적인 자사주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 기반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기도 했다. 

박 전 상무 역시 지난 9월30일 입장문을 내면서 회사의 EB 발행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자 나선 바 있다. 그는 “만약 사측이 EB 발행을 추진할 경우 법률상 가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박 전 상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지배권 및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 발행은 무효”라면서 “박철완 가계와 현 경영진인 박찬구 회장 가계의 지분 차이가 약 5%에 불과하고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비중이 14%에 달하기 때문에 향후 지배권의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현 경영진이 제3자 선정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도 높다”고 입장문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 쪽은 EB 발행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작년에 기 보유 자사주 중 50%를 3년에 걸쳐 소각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이는 내년에 마무리된다”면서 “나머지 50%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고 EB 발행 역시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박찬구·박준경·박주형은 누구?

박찬구 회장은 1948년생으로, 광주제일고등학교와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금호실업, 금호건설을 거쳐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금호몬산토 대표이사 사장, 금호그룹 회장부속실 사장, 금호그룹 비전경영실 사장 등을 지냈다. 

1996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 2004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됐고, 2006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9년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갈등을 빚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한 뒤 2015년 11월 금호석유화학그룹을 계열분리하며 금호그룹과 결별했다. 

2021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2023년 5월 금호석유화학 회장에서 용퇴하면서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박준경 사장은 1978년생으로 서울 구정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했다.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 부사장, 2022년 금호석유화학 사장(사내이사)가 됐다.

박주형 부사장은 1980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거쳐 2015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구매자금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22년 기획 및 관리본부 총괄 부사장(미등기)이 됐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