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소버린 AI 전도사'로 한국 방문, 이재명 정부 정책서 기회 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다.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AI 확보 계획에 맞춰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한국에서 사업 확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을 찾는다. 한국 시장에 진출 확대 계획이 주로 논의될 공산이 크다.

그는 전 세계 국가에 자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앞세우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젠슨 황이 소버린AI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엔비디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버린 AI는 전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다른 국가에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주권을 확보해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국가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젠슨 황은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초부터 “모든 국가는 스스로 인공지능 생태계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전 세계 각국이 고유한 문화와 역사, 사회적 배경을 반영한 인공지능 기술과 데이터를 직접 통제해야만 한다는 점을 적극 앞세웠다.

이후 젠슨 황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 캐나다, 태국 등 여러 국가를 잇따라 순회하며 소버린 AI ‘투어’를 진행했다.

엔비디아가 글로벌 고객사를 넘어 각국 정부와 직접 협력해 소버린 AI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기반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젠슨 황이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2025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알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이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기술 혁신과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소버린 AI 구축과 관련한 논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초반부터 본격화됐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 강국 도약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대량 확보를 포함한 투자 확대 및 정책적 지원을 예고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소버린 AI 전도사'로 한국 방문, 이재명 정부 정책서 기회 봐

▲ 샘 올트먼 오픈AI CEO(앞줄 가운데)가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10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협력을 비롯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최근 한국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소버린 AI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러한 기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한 기업인 만큼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관련 논의에 더욱 탄력이 붙을 공산이 크다.

젠슨 황은 이미 전 세계 여러 국가 정부와 소버린 AI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며 인공지능 반도체 대량 공급 계획을 확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방문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의지와 맞물려 젠슨 황이 유사한 발표를 내놓으며 엔비디아가 대규모 수주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들이 위치한 국가다.

젠슨 황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대량 공급 계획을 논의하고 구체적 협력 방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젠슨 황이 소버린 AI에 이처럼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며 “각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잠재력이 높은 새 사업 기반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구글과 아마존,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이 편중되어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각국 정부와 협력은 이러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 방법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각국의 소버린 AI 프로젝트가 향후 수 년에 걸쳐 엔비디아에 2천억 달러(약 284조 원)가량의 누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예측도 최근 내놓았다.

다만 소버린 AI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벌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력을 전 세계 각국에서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자체 인공지능 인프라 및 기술을 확보하는 일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등 국가에 ‘기술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젠슨 황은 최근 팟캐스트 BG2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각국이 이를 보유하는 일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