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에 의존을 낮추려는 '소버린 AI' 구축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 기술에 사실상 식민지화되는 일을 막으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사진.
한국과 캐나다, 중동 국가들도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을 직접 확보하거나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늘리는 방식으로 ‘소버린 AI’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14일 “유럽은 그동안 기술 혁신보다 규제 중심지로 이름을 알려 왔다”며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열풍에 맞춰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각국 정상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에 필수라며 관련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SAP와 ASML 등 유럽의 대형 기술 기업도 최근 수십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과 캐나다, 중동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 주도권을 미국이나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세계 각국에서 인공지능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이나 중국의 기술 주도권이 더 강화되고 핵심 인재도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무역 갈등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에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에서 실제로 트럼프 정부가 미국 기업에 인공지능 서비스 중단을 강제하는 ‘킬스위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각국 정부가 자국에 인공지능 기술 및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해외 기업에 의존을 낮추는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비디아나 오픈AI 등 주요 인공지능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각국 정부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협업을 논의한 점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소버린 AI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블룸버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소버린 AI 분야에서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자체 인공지능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연매출 가운데 200억 달러(약 28조6천억 원) 정도가 소버린 AI 관련 분야에서 발생했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유럽과 같은 지역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맞설 만한 인공지능 기술력 및 자금 여력을 갖춰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에 3440억 달러(약 493조 원) 투자를 예고한 반면 유럽연합은 장기적으로 1천억 달러(약 143조 원) 계획을 내놓은 데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 미국에 기술 의존을 낮출 만한 고성능 반도체나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데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블룸버그는 “유럽은 현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여러 현지 기업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