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에 이어 대만 TSMC도 미국 트럼프 정부로부터 인텔에 자금 투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됐다.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DX1 공장 및 연구개발센터.
미국 정부가 인텔의 재무 개선을 위해 다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결국 TSMC도 자금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수 개월만에 말을 바꿨다”며 “이는 미국 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인텔에 50억 달러(약 6조972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데이터센터 및 PC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젠슨 황은 3월 개최된 기술 콘퍼런스에서 인텔과 협력 가능성에 관련한 질문을 받자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이를 일축했는데 완전히 상반되는 결정을 발표한 셈이다.
소프트뱅크와 미국 정부는 최근 잇따라 인텔에 대규모 지분 매입을 통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엔비디아가 뒤를 따르며 세계 반도체 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디지타임스는 엔비디아가 이번 협력을 계기로 인텔에 파운드리 물량을 맡기며 TSMC와 삼성전자 등 기업이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에 이어 어떤 기업이 인텔에 자금 지원 요구를 받게 될 지에 대한 점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TSMC나 AMD, 퀄컴과 브로드컴을 비롯한 업체가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인텔 구하기’ 연합에 참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인텔은 미국 반도체 산업 전략에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따라서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의 투자 모두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았을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인텔에 지분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은 모두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이나 반도체 판매 등 사업에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 등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정부도 인텔에 직접 보조금을 제공했지만 이는 반도체 제조업 부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 인텔 18A 파운드리 반도체 공정 기술 연구개발 홍보용 사진.
따라서 트럼프 정부에서 다른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인텔 파운드리 활용 또는 투자 비용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라는 압박을 더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어 왔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나 수출 규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압박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인텔은 정부 보조금 이외에도 여전히 수천억 달러를 더 필요로 한다”며 “결국 더 많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재정적 지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특히 TSMC는 현재 트럼프 정부 정책에 가장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기업이다.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의 대만 공장에 공급망을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자급체제 정책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TSMC는 이에 대응해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를 대폭 늘리며 트럼프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세 부과 가능성을 비롯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이전부터 TSMC의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인텔과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 만큼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인텔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인식되어 왔다”며 “이제 관건은 TSMC도 엔비디아를 따라 인텔에 투자할 지 여부”라고 전했다.
젠슨 황 CEO는 인텔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엔비디아와 인텔은 모두 TSMC의 중요한 고객”이라며 “TSMC의 우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립부 탄 인텔 CEO도 “우리는 TSMC에 존경심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최고경영자가 일제히 협력 발표 뒤 TSMC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인텔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반도체 동맹’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젠슨 황은 기자회견에서 “인텔과 협업 발표에 트럼프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물론 그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