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회장(가운데)은 1월17일 대전 탄방동 계룡건설 본사에서 열린 '계룡그룹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계룡의 도급순위 10위권 내 진입도 꿈같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룡건설 누리집 갈무리>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회장이 올해 1월 계룡그룹 55주년 창립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회장 취임 2년째를 맞아 밝히는 의례적 포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최근 계룡건설의 도급순위 추이를 살펴볼 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진입 노리는 계룡건설, 이승찬 회장 체질 개선 통했나
계룡건설은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15위를 차지했다. 2022년 19위에서 2023년 18위, 2024년 17위로 4년 연속 상승했을 뿐 아니라 10년 전 23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덟 계단 뛰어올랐다.
시공능력 평가액도 2017년 1조5127억 원에서 올해 2조9753억 원이 될 때까지 계속 증가해왔다.
계룡건설은 불과 10년 전 20위권 대에 머물렀으나 10위권 진입을 바라보게 되면서 이승찬 회장이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이인구 명예회장의 계룡건설을 체질 개선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찬 회장이 바꿔놓은 것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공부문 비중 변화다. 계룡건설의 발주처별 매출 및 공공발주 비중은 2021년 50.5%에서 2022년 45.4%, 2023년 38.1%, 2024년 33.3%로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자체사업 비중은 높아졌다. 2015년 사업보고서에서 5.7%에 불과했던 자체사업 비중은 2023년 이후 20% 이상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주택사업에서는 자체사업 비중이 49.9%까지 올랐다.
이러한 비중 변화는 수익률 차이에 따른 적극적 선택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자체사업 비중에 대해 “자체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서 비중을 늘리려는 것은 맞다”며 “4, 5년 전부터 부동산 경기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자체사업 비중 줄였다가 최근 다시 올리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자체사업은 대부분 경기도(화성, 성남 등)와 충청권(세종, 대전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 영업이익률 개선은 여전한 과제
다만 이승찬 회장의 체질 개선 시도가 장기적으로 계룡건설의 수익성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단적인 예로 최근 들어 영업이익률이 저조해진 것을 들 수 있다. 2021년 9.1%였던 계룡건설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4.5%, 2023년 3.4%, 2024년 3.1%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수익성 향상을 위해 자체사업 비중을 높였는데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다른 사업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자체사업 부문에서의 영업이익률 감소가 전체 영업이익률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체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1년 19.6%에서 2022년 15.2%, 2023년 9.7%, 2024년 2.7%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것은 원가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라며 “자체 사업이 일반 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원가율 상승 때문에 요즘은 수익성이 이전만 못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올해 계룡건설 보고서에서 “자체사업 공사원가 부담 확대에 따라 전체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계룡건설에는 이승찬 회장이 시도한 체질 개선을 실질적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 이승찬 대표이사 시절부터 계룡건설 체질 개선 시동
이승찬 회장이 계룡건설 회장에 취임한 지 2년여가 지났을 뿐이지만 그가 경영일선에 나온 시점으로 따지면 계룡건설의 체질을 바꿔놓은 세월은 꽤 길다.
그는 이인구 계룡건설 창업주의 1남8녀 가운데 막내로 두산건설에서 3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02년 계룡건설산업에 입사해 8년 만에 총괄부사장이 됐고 2014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2023년에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계룡건설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대표이사 시절부터 계룡건설의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보다 공격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공사에 집중된 계룡건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뉴스테이 사업, 모듈러 주택 등 신사업에 진출했다. 대표이사 시절이던 2021년에는 주거 브랜드 ‘엘리프’를 론칭해 주택 사업에 힘을 실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