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 주요 경쟁기업처럼 외부업체와 협력을 추진해 고객사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도시바가 경영난 악화로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협력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우위를 계속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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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20일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분사와 매각계획이 낸드플래시 사업경쟁력 확보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에서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와 경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사업 특성상 투자여력이 기술경쟁력에 핵심요소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도시바는 원전사업 진출 실패로 지난해 수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낸드플래시사업을 분사한 뒤 웨스턴디지털에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협력은 자금확보뿐 아니라 향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서버분야에서 낸드플래시 고객사기반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웨스턴디지털과 같은 하드디스크업체들은 대부분의 실적을 서버업체에 저장장치를 공급해 올린다. 하지만 서버용 저장장치는 최근 들어 낸드플래시를 이용한 SSD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SSD와 하드디스크의 가격격차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데다 낸드플래시의 특성상 전력소모가 적고 구동성능이 높아 서버분야에 사용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협력해 하드디스크업체가 낸드플래시 공급능력을 확보할 경우 기존 서버 고객사기반을 활용해 이런 교체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도시바가 하드디스크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낸드플래시에 진출한 것과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빠르게 변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미국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대목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에이낸드테크에 따르면 글로벌 하드디스크시장에서 웨스턴디지털은 43%, 씨게이트는 40%, 도시바는 17% 정도의 점유율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하드디스크업체들이 이런 독점체제를 기반으로 협력을 통해 낸드플래시 공급을 본격화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의 기술우위를 앞세워 서버용 SSD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쟁업체들과 기술격차가 줄어들 경우 고객사 확보에 약점을 안을 수밖에 없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의 출자를 받을 경우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삼성전자보다 높이고 3D낸드의 기술격차도 크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 후발주자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바에 출자하며 기술력과 생산시설 확보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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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15.36테라바이트급 서버용 SSD. |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은 아직 논의가 검토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고 도시바에 출자계획 역시 아직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가 이런 경쟁구도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서버 고객사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 크게 앞선만큼 도시바에 출자를 통해 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하드디스크업체와 협력은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2011년 하드디스크사업을 씨게이트에 매각하고 2대 주주에 오르며 SSD를 공급하는 협력을 맺었지만 지난해 씨게이트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앞세운 독자적인 사업확대를 자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낸드플래시 경쟁업체들이 하드디스크업체와 협력에 속도를 내는 만큼 다시 전략의 변화를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