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편의점·슈퍼 성적 신통치 않다, 허서홍 내실다지기 방향성 없이 '좌초 위기'

▲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사진)가 적자사업 정리를 통한 체질 개선에 주력하는 사이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 등 주력 사업의 실적이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GS리테일이 주력 사업인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에서 고전하고 있다. 편의점과 홈쇼핑은 지난해 2분기부터, 슈퍼는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내림세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회사 수장에 오른 뒤 성과가 부진한 사업 정리에 주력해왔지만 실적 반등에 성과를 내려면 주력 사업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GS리테일 실적 추세를 종합하면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사업이 동반 부진에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의점사업(GS25)이 GS리테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으로 74.5%. 전체 매출의 4분의 3을 책임지고 있는 본진 중의 본진이다.

하지만 편의점사업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매출만 보면 분기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면 2024년 2분기 –0.5%, 3분기 –6.5%, 4분기 –41.8%, 올해 1분기 –34.6%, 2분기 –9.1%로 역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슈퍼사업(GS더프레시)도 마찬가지다. 슈퍼사업부에서 내는 매출은 GS리테일 전체의 13% 안팎인데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이익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전체 매출에서 10%가량을 차지하는 홈쇼핑사업(GS샵)은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 홈쇼핑사업의 매출 하락세는 GS홈쇼핑에 GS숍이 합병된 뒤 1년 뒤인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무려 12개 분기 연속 이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개 분기에서 하락했다.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사업은 GS리테일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곧 GS리테일의 실적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5촌 당숙인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오너4세로 바통을 이어 받은 허서홍 대표로서는 이런 성적표가 상당히 난감할 수밖에 없다.

허서홍 대표는 GS리테일의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할 적임자로 낙점돼 지난해 11월 실시된 GS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GS리테일의 새 수장으로 발탁됐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에서 미래사업팀장을 지내며 신사업 발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GS에서 일할 때 GS그룹의 핵심 신사업으로 평가받는 에스테틱 기업 휴젤의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GS리테일 경영에 합류하면서 맡았던 직책도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이었다. 

GS리테일이 허연수 전 부회장 시절 다양한 신사업으로 손을 뻗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허서홍 대표가 이를 바로잡고 실적 개선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허 대표가 회사를 이끈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뚜렷한 방향이 안 보인다는 얘기가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허 대표가 취임한 뒤 편의점사업의 기존점 신장률은 눈에 띄게 줄었다. 2024년 4분기만 해도 기존점 매출 성장률은 2.3%였지만 이 수치는 1분기 0.9%로 떨어졌다가 2분기에는 0.1%까지 낮아졌다.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까지 성장성이 후퇴한 셈이다.

GS리테일이 힘을 주고 육성하고 있는 슈퍼사업 역시 경고등이 들어왔다.

가맹점 중점으로 사업의 축을 이동하면서 매장 수는 눈에 띄게 많아졌다. 2021년 341개에서 2022년 378개, 2023년 434개, 2024년 531개까지 불어났고 2분기 말 기준 560개까지 늘었다.
 
GS리테일 편의점·슈퍼 성적 신통치 않다, 허서홍 내실다지기 방향성 없이 '좌초 위기'

▲ GS리테일은 기업형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의 가맹점 중심 전략으로 매장 수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확대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4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 GS리테일 >

하지만 매출은 늘어도 점포운영 관련 비용 증가에 따라 영업이익이 1년 째 후퇴 중이다. 

허 대표가 체질 개선에 집중하다보니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과 같은 본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슈퍼와 홈쇼핑의 실적 개선에 대한 대책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점은 GS리테일의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GS리테일의 굵직한 결정을 보면 대부분 적자사업 정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가 이사회에 진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열렸던 3월28일 GS리테일 이사회는 타법인 출자 지분 매각을 승인했다. 약 2달 뒤인 5월30일에는 GS리테일인도네시아와 퍼스프의 청산 승인 안건을 가결했다.

GS리테일인도네시아는 GS리테일이 2014년 인도네시아 사업 확대를 위해 만든 자회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슈퍼사업 확대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만 내자 청산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퍼스프는 GS리테일이 신선식품 수직 계열화를 위해 2021년 인수한 농산물 가공 기업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이 역시 과감하게 포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