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뒤쳐져 있는 가운데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에 대한 수혈을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5년간 총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모셔널에 투입했지만, 모셔널이 구글, 테슬라 등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에 '밑빠진 독 물붓기?', 기술력 밀리는데 왜 투자 계속할까

▲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자회사 모셔널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스베이거스 원형 건축물 스피어 인근에 주차돼 있다. <모셔널>


이런 상황에서 올해 5월 또다시 6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투입하자, '밑 빠진 독에 물붓기'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구글 웨이모와 자율주행차 사업에 협력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에 뒤처지는데다 누적 적자만 2조 원이 넘는 모셔널에 지속적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자체 자율주행 기술 확보 없이는 로보택시 등 미래 시장에서 독자적 행보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을 업계는 내놓고 있다.
 
모셔널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더딘 성장세를 보이면서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자율주행 시장 1위로 평가받는 구글 웨이모와 손잡고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3개 회사는 지난 5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모셔널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현대차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모셔널 지분율은 기존 84.68%에서 86.61%로 높아졌다.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3사 자금은 합계 6291억 원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이다. 지난해 5월 그룹은 1조3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

모셔널은 2020년 현대차그룹과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앱티브가 각각 20억 달러(2조7950억 원)씩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앱티브 지분 11%를 4억4800만 달러(6261억 원)에 인수하고,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설립 당시부터 올해 5월까지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에 4조7천억 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모셔널 실적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 상황은 좋지 않다.

모셔널은 지난해 매출 23억 원, 계속영업손실 3693억 원을 기록했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누적 영업손실은 2조6724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미국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에 '밑빠진 독 물붓기?', 기술력 밀리는데 왜 투자 계속할까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한 도로에서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이 마주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율주행 시장에서 모셔널 경쟁력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세계 자율주행 기술기업 가운데 5~6위의 기술력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평가에서는 15위까지 하락했다.

모셔널은 지난해 전체 직원의 40%인 550명 가량을 감원했다. 자율주행 무인택시 상용화 시점도 올해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최대한 많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다. 모셔널은 현재 데이터 확보도 많이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셔널 상황이 좋지 않고 당분간 분위기 반등이 어려워 보이는 것도 맞지만,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모셔널을 통한 자율주행 자체 기술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장에서 자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른 기업의 기술을 가져다 쓰는 것은 경쟁력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이 경쟁력을 회복할 때까지 웨이모와 협업을 확대해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벌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은 지난해 10월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웨이모 6세대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아이오닉5에 적용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웨이모와 아이오닉5를 활용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확대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에서 만큼은 경쟁사들보다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웨이모와의 협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모셔널이 웨이모나 테슬라와 비교해 의미 있는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아이오닉5 공급이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