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율주행 '모셔널' 방향 트나, 빅테크와 로보택시 공세에 한계 뚜렷

▲ 현대차 아이오닉5 전기차에 기반한 모셔널 자율주행 무인택시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차고에서 이동하고 있다. <모셔널>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자율주행 무인택시 시장이 구글과 테슬라 등 빅테크와 바이두와 같은 중국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미국법인 모셔널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모셔널은 감원과 상용화 지연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지만 결국 현대차그룹 내 ‘기술 자회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각) ABC 방송의 미국 서부지역 네크워크인 ABC 7뉴스에 따르면 자율주행 무인택시 후발주자인 현대차 모셔널과 아마존 죽스(Zoox) 사이에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죽스는 운전대와 브레이크, 가속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로 올해 8월6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안전기준 일부 면제를 받아냈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등에서는 이미 2023년 죽스 차량에 안전 승인을 내줬다. 이에 죽스는 올해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헤이워드에 자율주행 전용 차량 생산공장도 6월18일 개장했다. 

반면 모셔널은 지난해 전체 직원의 40%인 550명 가량을 감원했다. 더구나 자율주행 무인택시 상용화 시점마저 2026년으로 연기했다.

죽스가 차량 생산과 규제 측면 모두에서 진전을 보인 반면 모셔널은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ABC 7뉴스는 “모셔널이 경고 신호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물론 모셔널도 올해 7월29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대형주행모델(LDM·Large Driving Model)’ 개발을 발표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학습에 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하고 서비스 지역 확장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고 일반화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챗봇 등의 기반 기술인 거대언어모델(LLM)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올해 6월12일 취임한 로라 메이저 모셔널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최근 LDM을 소개하는 글에 “자율주행 상용화는 장기 과제”라고 밝혔다.

모셔널이 ‘챗-GPT’와 유사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상용화 일정에선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일단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무인택시 시장이 구글 웨이모와 테슬라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자율주행 '모셔널' 방향 트나, 빅테크와 로보택시 공세에 한계 뚜렷

▲ 아마존 죽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헤이워드에 6월18일 개장한 공장에서 새로 만든 자율주행 무인택시 차량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죽스> 

웨이모는 텍사스 오스틴과 조지아 애틀란타 등 5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오스틴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관련 서비스를 확장하는 중이다. 

중국 바이두도 자국은 물론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와 유럽으로 운행 지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빅테크와 중국 거대업체의 시장 선점으로 모셔널이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18일 논평을 통해 “웨이모와 테슬라가 더 많은 주행거리를 쌓아가며 자율주행 안전을 담보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환경도 열악해졌다.

자율주행을 완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십수 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야 하는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등도 자금 부담으로 무인택시 개발에서 손을 뗐다.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의 비트 비글로우 선임기자는 “업계 자금이 바닥났다”며 “자율주행 업체는 최소 5년 뒤에나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짚었다.  

모셔널도 다른 기업의 추가 자금 지원이 끊겼다. 현대차그룹과 50:50 합작투자로 모셔널을 세웠던 앱티브는 2024년 2월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24년 5월3일 한화로 6천억 원 규모의 모셔널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긴급 수혈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1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일부를 모셔널에 쓰겠다며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빅테크와 벌이는 경쟁에서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모셔널이 GM의 자율주행 사업부 ‘크루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시나리오도 떠오른다.

GM은 무인택시 사업은 접었지만 크루즈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선을 여전히 계속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2일 “GM은 크루즈에서 내보냈던 직원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며 “개인용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에게 다른 대안이 가능하다는 점도 모셔널 관련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무인택시를 위탁생산 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자율주행 계열사인 포티투닷 유상증자에도 최근 참여했다. 

다른 선택지가 많아 현대차그룹 안에서 모셔널의 중요도가 부각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모셔널이 인공지능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극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무인택시 시장에서 밀려 현대차그룹의 기술자회사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ABC 7뉴스는 “무인택시 사업을 중단하고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하는 GM처럼 모셔널도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