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 성장을 유도할 계획을 제시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는 앞으로 어음발행과 기업에 대한 환전 등을 할 수 있다. 자기자본 8조 원을 넘어서면 개인고객에게 예금을 받아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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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금융위는 2일 발표한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에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새 투자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기자본 3조 원을 넘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은 증권사는 기존의 신용공여와 헤지펀드 전담중개업에 더해 비상장주식 매매와 중개 업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증권사의 해외진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안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기자본 4조 원을 넘어서면 증권사에서 외국환을 매매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8조 원을 돌파했을 경우 종합투자계좌(IMA) 운용과 부동산담보신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종합투자계좌는 고객의 예금을 기업에 빌려주거나 회사채에 투자해 얻은 성과에 따라 수익을 배당하는 형태의 예금상품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기업금융의 특성상 기존 규제보다 완화된 별도의 영업용순자본비율체계(NCR-II)을 적용받게 된다. 기업 대출 등의 신용공여 한도도 별도로 분리해 자기자본의 1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육성을 이번 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다. 일본 노무라(28조1천억 원)와 중국 중신증권(25조6천억 원) 등과 경쟁할 만한 투자금융회사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2013년에 도입했지만 기업금융 업무에서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새 업무와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해 대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대형화를 촉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지원과 모험자본 공급 등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금융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의 성장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대형 증권사에만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가 연내에 출범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해 2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합 미래에셋대우로 재출범할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을 합치면 6조7천억 원 수준이다. 그 뒤를 NH투자증권(4조5천억 원)이 쫓고 있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연내 출범 예정인 KB증권(KB투자증권+현대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증자를 끝내면 3조 원대에 턱걸이한다.
김 국장은 “KB증권이 자기자본 3조9천억 원대로 조만간 4조 원을 넘어설 것을 감안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5곳 가운데 3곳이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나머지 2곳도 증자나 인수합병으로 단기간에 자기자본 4조 원을 충족할 수 있어 특정 증권사에만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법 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통해 이르면 2017년 2분기부터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육성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육성방안은 증권업계에서 고대하며 기다려온 조치”라며 “증권업계의 야성적인 충동과 무한경쟁을 깨울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황 회장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어음발행과 외환업무 수행을 허용받은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규제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위험성(리스크)에 대해서는 총량규제 등의 기존 규제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