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다이어트' 중, 황영근 성장 이끈 '오프라인DNA'도 버린다

▲ 가전시장 위축에 따라 롯데하이마트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진은 롯데하이마트 본사. <롯데하이마트>

[비즈니스포스트] 업황을 거스를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잘 나가는 기업도, 못 나가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도 그런 기업 가운데 하나다. 가전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가전양판점 1위 기업인 롯데하이마트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는 부진한 업황에 대처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에 매진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대세가 되면서 과거 롯데하이마트의 성장을 이끌었던 오프라인 매장은 더 이상 힘이 아닌 '짐'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2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오프라인 점포 축소 기조는 이어진다.

롯데하이마트는 하반기에만 오프라인 매장 14곳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상반기에 매장 8곳이 줄었는데 이의 2배에 이르는 점포를 또 없애겠다는 것이다.

황영근 대표이사가 주도하는 롯데하이마트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2020년 8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부터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매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매장 17곳이 없어졌고 올해는 모두 22곳을 줄인다. 황 대표 체제에서만 매장 40곳가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업무를 도맡는 직원도 두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점포부지개발 직무에 경력직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이 직무는 대규모 점포 개발 역할도 수행하지만 점포 구조조정 후보지 개발(매장 신설·이전·통폐합)도 중요 업무로 취급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가전양판점업계의 선두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 롯데하이마트의 오프라인 매장 축소 기조는 성장 공식을 전면 수정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의 역사는 매장 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

롯데하이마트는 200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에 매장 200여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2011년 매장 300곳을 넘은 뒤 매장 수를 가파르게 늘려 2019년에는 전국 매장이 466곳까지 늘었다.

이는 롯데하이마트가 양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은 2000년 1조1천억 원에서 2019년 4조 원 수준까지 늘었다.

하지만 현재 롯데하이마트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더 이상 성장 동력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가전을 구매하는 비중은 2020년 52%로 처음 5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61%까지 확대했다. 10명 가운데 6명이 온라인에서 가전을 구매한다는 것은 롯데하이마트의 점포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뜻과 같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롯데하이마트의 매출에서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고급 가전 브랜드의 수요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브랜드 가전 전문점(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을 확대하는 것도 롯데하이마트에 부담을 주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가전양판점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8.7%에서 지난해 33.7%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전 전문점 점유율은 26.6%에서 33%까지 급성장했다.

롯데하이마트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점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황영근 대표가 오프라인 매장 축소에 열을 올린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 와중에도 ‘메가스토어’ 확대에는 더욱 힘을 주고 있다.

메가스토어는 매장을 테마파크처럼 꾸며 고객들이 색다른 경험을 한 뒤 가전제품을 살 수 있도록 설계된 매장이다. 체험에 방점을 두고 있다.

황 대표가 롯데하이마트 수장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메가스토어 수는 3개에 불과했지만 8월 현재는 22개까지 늘었다. 소형 점포를 통폐합하는 대신 집객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메가스토어 확장에 주력한 결과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매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메가스토어 확장에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는 체험이기도 한 데 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매장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중요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다이어트' 중, 황영근 성장 이끈 '오프라인DNA'도 버린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사진) 오프라인 구조조정에 매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체브랜드(PB) 상품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자체브랜드인 하이메이드를 통해 출시한 냉장고의 매출은 올해 1월1일~8월21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특히 ‘정직한 4도어 냉장고’가 6월 출시된 뒤 하이메이드 냉장고의 매출이 월 평균 약 50% 이상씩 늘어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300만~500만 원대에 포진한 대기업 브랜드 냉장고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50만~1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가전 업황이 부진한 것은 전 세계적 추세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점포효율화 등 전반적인 개선작업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업황 개선 시기에 성과는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분기에 매출 8875억 원, 영업이익 3억 원을 냈다. 2021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99.2% 감소했다. 실적 역성장 흐름은 2021년 2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 시선도 싸늘하다.

올해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생필품보다 판매 단가가 높은 가전을 향한 소비수요가 바싹 움츠러들고 있어 역성장을 멈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분석리포트를 낸 증권사 4곳 가운데 3곳은 모두 투자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유지한 증권사조차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7천 원 내린 2만 원으로 조정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