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또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어 보인다.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27일 항공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점차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비용항공사들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앞다퉈 국내선 운항횟수를 늘리고 있는데 저가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은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진에어를 비롯해 제주항공, 에어부산이 부분자본잠식에 빠졌는데 당분간 저가항공사들은 현금이 계속 고갈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자본잠식은 순자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 재무상태라면 순자산(자본)이 자본금보다 많아야 한다.
양지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진에어는 1분기 실적에 비춰볼 때 분기별로 600억 원가량의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국제선 운항 재개 및 수요 회복까지는 긴 시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3월 ‘항공산업 지원 및 재도약 방안’을 내놓으며 저비용항공사를 대상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항공업계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코로나19 위기를 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들에게는 사실상 국제선 운항이 핵심이다”며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버틸 체력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진에어도 이런 전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가능 주식총수를 기존 1억 주에서 2억 주로 늘린 만큼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바라본다. 전환우선주(CPS)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율이 낮아진다.
저가항공업계 전망이 어두워 외부자금 조달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진에어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시선에 힘을 보탠다.
한진칼은 2021년 5월21일 기준으로 진에어 지분 56.38%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진에어는 지난해 10월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로부터 500억 원을 지원받았던 만큼 자체적으로 비용 절감방안을 추진한 뒤에야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는 올해 들어서만 항공기 3대를 반납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추가로 항공기를 반납할 가능성도 있다.
항공기 반납은 항공사가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의 하나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는 초기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항공기 리스계약을 맺는데 항공기를 반납하면 그만큼 달마다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진에어의 2020년 연간 사업보고서와 2021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비교해보면 진에어가 빌린 항공기는 28대에서 25대로 줄었다. 진에어는 모든 항공기를 빌려서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 관계자는 “다양한 자본확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