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상장폐지 위기를 넘으려면 새 주인을 반드시 찾아야 하는데 제값을 받지 않고 지분을 넘길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제약바이오업계에 자리잡고 있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플랜트기업 비디아이를 포함한 기업 3곳이 신라젠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실사를 진행하거나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인수후보들과 경영계획, 가격 등을 논의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출되는 이사회가 신규 투자자와 투자사항 등을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라젠 매각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라젠의 상장주식 수는 이날 기준 7161만7125주로 신규 투자자가 지분 15%를 확보하려면 신주 1263만 주가량을 인수해야 한다. 거래정지 전 신라젠 주가 기준(1만2100원)으로 1530억 원 규모다.
인수자로서는 이 값을 모두 치르기보다는 한국거래소의 최소 이행요건을 충족하는 조건으로 신라젠의 최대주주에 오르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개선기간에 신라젠에게 신규투자자 유치 등 방식으로 자본금을 500억 원 이상 확충하고 신규 최대주주의 지분 15% 이상을 확보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셈인데 인수자에게는 자본금 500억 원을 넣는 쪽이 손익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 신주 발행가격을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지분 15%를 500억 원에 확보하는 방안을 신라젠 쪽에 제안할 수 있다.
신라젠에게 계약 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주식 거래를 재개하고 항암신약 ‘펙사벡’의 임상을 이어가려면 주어진 시간 안에 한국거래소의 요구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매각 무산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매각가격을 낮추는 일을 감수할 가능성도 크다.
신라젠은 당장 기업가치를 증명할 마땅한 방안도 들고 있지 않다.
바이오기업의 가치는 대개 보유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로 평가되는데 신라젠은 2019년 8월 유일한 신약 후보물질인 항암신약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에서 실패한 뒤 가치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
신라젠은 12월에 다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는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신라젠의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와 관련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검토한 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행내역이 충실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상장폐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면서 2020년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그 뒤 6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