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자본잠식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까?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뒤 자본잠식에 이르자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계열사들이 유상증자 물량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다 회사 임직원들도 회사의 유상증자 참여 독려에 불만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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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에 1조33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구책으로 본사 건물 매각(3500억원)과 함께 내년 3월까지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를 통한 1조2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가총액(28일 기준 7920억원)보다 훨씬 많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 주주인 삼성SDI(지분 13.1% 보유)와 삼성물산(7.8%), 삼성화재(1.1%)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1조2000억 원 가운데 1570억 원 규모의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삼성SDI의 형편도 좋지 못하다.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에 2차전지 부진과 과징금 등으로 2454억 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실권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배정 물량에 20%를 더하는 초과청약이 진행될 경우 삼성SDI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20%인 2400억 원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강매’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수는 6월 말 기준으로 6500여명이다. 우리사주조합 유상증자 배정물량을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3700만원이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직원은 “돈이 없는 직원들은 퇴직금 담보대출이라도 받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입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엔지니어링이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기더라도 ‘밑 빠진 독의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이후에도 불구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채비율은 5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현재 발행주식은 총 4000만주다.신주 발행가를 주당 2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6천만 주를 더 발행해야 1조2천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총 주식수는 1억 주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증자 물량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에 실패할 경우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뿐 아니라 수주 부진으로 이어져 삼성엔지니어링은 더 어려운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28일 전일보다 550원(2.70%) 떨어진 1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22일 18.81% 폭락해 2만5900원을 기록한 뒤 5거래일 연속 뒷걸음질치며 이날 2만원 선마저 무너졌다.[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