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와 맺은 2조 원 규모의 부품 공급계약이 단기 실적보다는 항공업계 내 위상 강화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맺은 항공엔진 부품 장기 공급계약이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에서 위상 높아져

▲ 프랫앤휘트니의 GTF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인 프랫앤휘트니(P&W)와 약 40년에 걸쳐 최첨단 항공기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수주 규모는 17억 달러(약 1조9천억 원)에 이른다.

정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2014년 프랫앤휘트니와 맺었던 차세대 민항기용 기어드터보팬(GTF) 엔진 부품 관련 장기 공급계약에서 공급 부품 범위가 확대된 성격의 계약”이라며 “연간 매출 기여는 평균 500억 원 내외로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0년 관련 부품 개발에 착수해 2022년부터 양산해 공급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5조 원대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이 방산사업의 외형 확대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2022년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 규모는 6조 원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매출과 비교해 봤을 때 한 해 500억 원 매출은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다만 글로벌 항공기 엔진사업의 협력업체로 위상을 강화한 점은 높게 평가됐다.

정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으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부품 개발 및 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며 “계약 규모를 떠나 항공기엔진 국제 분업 밸류체인상에서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바라봤다.

프랫앤휘트니는 1925년 설립된 미국의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로 미국의 GE, 영국의 R&R과 함께 세계 3대 제작사로 꼽힌다. 주로 민항기 엔진, 군용·산업용 가스터빈 등을 생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주한 엔진 부품은 기어드터보팬(GTF, Geared Turbo Fan) 엔진에 들어가는 고압력터빈(HPT, High-Pressure Turbine) 디스크 2종이다.

고압력터빈 디스크는 기어드터보팬 엔진에 사용되는 회전체 부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에 공급하던 부품보다 고부가 제품으로 평가된다. 엔진 수명연한인 45년 동안 꾸준히 추가 공급이 필요한 소모성 부품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부터 프랫앤휘트니의 기어드터보팬 엔진 개발과 관련해 위험 부담과 수익을 참여한 지분만큼 나누는 국제공동개발사업(RSP, 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에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