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기금과 민간 금융회사들이 화석연료발전 투자를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전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데다 환경과 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투자’를 강화하는 글로벌 금융자본의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금융기관 탈석탄 재생에너지 투자선언 서명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연기금은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발전에 투자하던 금액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1월에 3천억 원 규모의 '리뉴어블펀드' 위탁운용사를 결정한다. 리뉴어블펀드는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 투자에 중점을 두는 자산투자펀드다.
국민연금은 2017년부터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 인프라자산에 설정액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그린펀드’를 운영하는 등 연기금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최근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침으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회사채 등에 추가로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두 연기금은 그 대신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추진하는 추가 투자처를 적극 찾기로 했다. 사학연금은 특히 2000년부터 집행해 왔던 신재생에너지의 기존 투자액도 늘리기로 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금융자본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채권 발행과 금융 주선 등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8월에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원화 '그린본드'를 내놓았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그린본드를 주로 발행해 왔던 뒤를 따른 것이다.
그린본드는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보호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펀드 설정액도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사업 투자와 지원에만 쓰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관련된 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주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은행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금융을 주선하고 직접 투자도 늘리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대출과 펀드 설정액을 합치면 3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
SK증권은 사모펀드를 새 대주주로 맞이하면서 증자도 이뤄진 점을 기반 삼아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금융 주선이나 에너지회사의 회사채 발행 주관 등을 더욱 끌어모으기로 했다.
하나금융투자도 대체투자조직을 통해 미국 태양광발전소 2곳을 담보로 잡은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연기금과 민간 금융회사들은 신재생에너지분야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된 금융 수요도 늘어난다고 예상해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가들의 2017년 전력량 가운데 9.7%를 차지했다. 이 발전량은 2016년보다 16.7% 증가했고 전체 전력 생산량의 증가폭 0.8%와 비교해도 훨씬 크다.
덩달아 전 세계의 그린본드 발행 규모도 2017년 기준 1631억 달러로 집계돼 2013년 146억 달러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자본이 이전보다 환경과 윤리 등을 중시하는 ‘사회적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자본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금융기관 985곳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관인 ‘350.org’에서 운영하는 ‘파슬 프리 캠페인’에 참여해 석탄발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금융기관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6조2400억 달러에 이른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알리안츠보험, 다이치생명 등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들도 석탄발전소 투자를 중단하거나 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