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EUV(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D램 개발 계획을 잇따라 확정하고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기술 차별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EUV 기반의 D램이 상용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 메모리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해 성장에 더욱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18일 "삼성전자가 반도체업계에서 오랜 과제로 남아있던 EUV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수십 년의 연구 끝에 이뤄낸 혁신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17일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반도체사업 설명회를 열고 7나노급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도입한 EUV 기술을 향후 메모리반도체인 D램까지 확대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UV는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해 반도체기업들이 그동안 실제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의 EUV공정 도입에 유일하게 성공하며 자신감을 찾은 만큼 이 기술을 향후 D램의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도 활용하겠다는 공격적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10나노 중반대에 이른 D램 미세공정 기술을 EUV를 도입해 10나노 미만까지 발전해 초고속, 초고용량 D램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최근 경기도 이천에 새 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공장보다 투자를 늘려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정에 EUV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새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D램에 EUV 공정을 충분히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라며 "관련된 기술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D램에 EUV를 도입하는 일은 메모리반도체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미세공정 기술은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 외에도 면적을 대폭 줄여 같은 원판(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D램은 IT업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생산원가를 낮추는 일이 반도체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미세공정 기술 발전으로 생산효율을 높이면 원가를 눈에 띄게 절감할 수 있다.
그동안 D램은 반도체기업들 사이 미세공정 기술력 차이가 크지 않아 성능도 의미있는 수준의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업체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 EUV장비 도입이 예정된 삼성전자 화성 새 반도체공장. |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EUV공정을 도입해 D램 미세공정 기술 발전 속도를 앞당긴다면 성능 차이가 커져 고객사 수요 확보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공지능 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분야에서 요구하는 D램의 성능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술 발전에 앞서나간 반도체기업에 고객사 주문이 집중될 공산도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을 통해 "D램에 EUV 기술을 도입하는 일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EUV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성능 D램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기반 반도체 도입으로 5G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분야의 기술 발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EUV를 활용하는 공장을 더 확대해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