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4일 "이 총리의 발언은 과거 정부 관계자들의 각종 금리 관련 발언 가운데서도 매우 직접적이고 수위가 높았다“며 ”흔히 말하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 이상의 정책적 견해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뜻“이라고 바라봤다.
이 총리는 13일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 등 금리역전에 따른 문제가 많아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며 “2014년 3차례에 걸쳐 한국은행을 압박해 급격하게 인위적 금리 인하를 실시했고 이에 따라 시중에 풀린 600조 원이 부동산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조이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줄이는 ‘정책공조’를 요구한 셈이다.
더욱이 이 총리가 박근혜 정권 시절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을 당시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규정지으면서 이주열 총재의 부담도 커졌다.
이 총재는 2014년 취임한 뒤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정책에 순순히 따르며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낙연 총리의 발언으로 한국은행 독립성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온 뒤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는 크게 뛰었다. 한국은행은 금리와 관련해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부의 금리정책 발언에 시장이 곧바로 반응한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세우기 위해 정부 관계자의 통화정책 개입이나 관련 발언을 경계하고 있지만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 총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그에 따라 통화정책 중립성을 향한 신뢰에 의심이 생기는 것 자체는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국무총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받아들이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이 총리의 발언을 ‘원론적 이야기’라며 진화에 애쓰고 있지만 부동산정책 발표와 맞물리면서 금리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 연구원은 “같은 발언이라도 정책 당국자의 발언은 그 시기에 따라 영향이나 파장이 다른데 이 총리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금융통화위원회를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겨뒀는데 이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정부의 요구에 순순히 따랐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커졌다.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 이미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라고 하더라고 이제는 구설이 따라붙게 되는 상황이 됐다.
이주열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에도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놓으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이제는 그야말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고용과 주택시장 문제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며 물가 상승률과 경제 흐름, 대외여건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는 태도였는데 이를 향한 시장의 믿음도 흔들릴 수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내외 여건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며 “사실상 정책공조 차원에서 정부의 금리 인상 요구에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처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