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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지는 택배단가, 고단한 택배기사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2-12 20: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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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아지는 택배단가, 고단한 택배기사  
▲ CJ대한통운 가산택배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터미널 내에 가득 쌓인 물품을 나르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처우가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택배기사 대부분은 “이게 아니면 먹고 살 법이 없어 이 일을 한다”고 말한다.

택배기사들은 적게 받고 많이 일한다. 택배기사들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하루 배송하는 물량은 평균 110여 개 정도다.

명절을 앞두면 물량이 급증해 1인당 최대 300개 가까이 배송해야 할 때도 있다. 길을 헤매거나 고객이 바로 물품을 받지 않을 경우 퇴근시간은 10시가 넘어선다.

택배기사들의 수입을 딱 잘라 말하기 쉽지 않다. 근무지역이나 업무 숙련도, 택배기사의 체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회사에 따라 택배물량이 다르고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도 다른다.

택배회사는 택배기사들이 월 4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고 말하지만 택배기사들은 평균 200~230만 원을 벌고 있다고 말한다.

택배회사는 배송 한 건에 대해 일정액의 배송수수료를 택배기사에게 지급한다. 택배기사들은 이 배송수수료를 받아 유류비나 통신비 등을 낸다.

택배회사들은 택배기사가 월 400만 원을 받아도 각종 비용을 빼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300만 원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송수수료는 택배단가에 따라 결정된다. 택배 1건 당 단가가 2500원이라면 이를 놓고 택배회사 본사와 대리점 및 택배기사들이 나누는 구조다. 택배단가를 올리지 않는 이상 한 쪽이 차지하는 몫을 올리면 다른 한 쪽은 그만큼 몫이 줄어든다.

국내 택배단가는 1997년 평균 4천 원을 찍은 이후 계속 내려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2400원 대까지 떨어졌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일본의 7천 원, 미국의 1만 원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택배시장이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박리다매로 운영되다 보니 평균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택배회사를 선정할 때 여러 회사를 놓고 경쟁입찰을 벌인다.

택배단가가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택배기사의 처우도 떨어졌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택배기사의 1건당 배송수수료는 1천 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3년 오히려 더 떨어져 800원 대까지 내려갔다.

대기업 홈쇼핑에서 배송하는 물품 1개로 택배기사가 받는 배송수수료는 현재 700원에 불과하다.

결국 택배단가가 올라야 택배기사들의 처우도 개선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송은 단순히 상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라며 “이런 역할을 하는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돼야 서비스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택배표준운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과 같이 매년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기지 않은 선에서 택배단가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KGB택배가 배송수수료를 올린 데 이어 우체국 등 다른 택배회사들도 택배단가를 인상했다.

택배기사들의 업무량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택배 차량 증차제한’ 때문이다. 국내 택배물량은 2008년 10억 상자에서 2013년 15억 상자, 지난해 16억 상자로 급증했다. 15세 이상 국민 1명이 1년 동안 38회의 택배를 받는 셈이다.

하지만 택배회사들은 택배물량이 늘어나도 택배운송 차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정부가 공급과잉을 막는다는 이유로 2004년부터 택배차량 증차를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10년 동안 1만5천여 대로 택배차량을 제한해 왔다. 그 사이 부작용만 커졌다. 차량이 부족해 한정된 차량으로 늘어나는 물량을 처리하다보니 자연스레 택배기사의 업무과다로 이어졌다. 원래 2~3명이 나눠서 해야 할 일은 택배기사 1명이 하게 된 셈이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하며 상당수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차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3년 1만1200대, 지난해 1만2천 대의 택배차량을 추가로 허가해 줬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택배차량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불법으로 운영하던 차를 허가받은 번호판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배수요에 맞추려면 여기에 추가로 2천~3천 대의 차량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택배업체가 무허가 차량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무허가 택배차량은 1만4500여 대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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