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가전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 ‘딥씽큐’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가전기업이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를 적용한 상황이라 자체 플랫폼 강화로 성능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 가전제품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가전기업은 하이얼과 하웨이 등 50곳에 이른다.
다니엘 로쉬 아마존 스마트홈 담당 부사장은 아마존 알렉사를 이용하는 디바이스 숫자만 20만 대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LG전자도 구글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오픈 플랫폼이라는 개방형 전략을 추진하면서 제품마다 필요한 플랫폼을 각각 적용했다.
인공지능 TV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딥씽큐가 탑재됐고 스마트폰 G7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됐다.
자체 플랫폼에 구글의 정보력, 언어기능, 구글홈 기능, 아마존의 쇼핑과 생활정보 기능 등을 더해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각 제품별로 상황에 따라, 시장에 따라 여러 플랫폼을 강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구글은 OS(운영체제)가 특화돼 있고 아마존은 서비스, LG전자는 제품에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전자가 하드웨어 경쟁력에서 우위를 입증했지만 인공지능 기능은 구글과 아마존에 의지하면서 가전제품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미래 가전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와 화웨이 등 가전기업들이 눈길을 끄는 제품을 선보였지만 이 제품들의 상당수 인공지능 기능을 책임지고 있던 것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였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인공지능 TV를 놓고 보면 언어기능과 번역기능, 정보 검색 기능, 스마트홈의 허브 기능 등이 모두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구현됐다.
자체 플랫폼 딥씽큐는 음성인식을 통해 제품 자체의 TV 꺼짐 기능, 사운드 볼륨 조정 기능, 방송 시청 예약 등만 지원한다. 사실상 플랫폼의 기반을 넓혀야 하는 기능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담당하는 셈이다.
구글 어시스턴트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인공지능 플랫폼은 대부분의 디바이스에 연동될 수 있는 만큼 소비자의 활용도가 높다.
구글이나 아마존은 언제든지 가전기업과 협력해 디바이스를 확보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플랫폼을 보유하지 않은 가전기업은 결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결정권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오픈 플랫폼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5G 도입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스마트홈을 연결하는 생태계가 브랜드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은 인공지능 환경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