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도입 효과.<삼정KPMG 경제연구원> |
은행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직원들의 근로 시간을 줄이는 대신 자동화 업무 처리를 통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IT직군과 국제금융, 운전기사 등 특수직군에는 여전히 적용하기 어려운 데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구에 반대되는 흐름인 만큼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서 은행권에 올해 안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뒤 은행들은 이를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IBK기업은행과 BNK부산은행 등은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시범운영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10월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조기도입하기로 노사 합의를 끝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PC오프제와 탄력근무제, 자율출퇴근제 등을 잇달아 적용하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다.
로봇프로세스자동화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반복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은행들은 이를 도입해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직원들의 근무 시간 공백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메워 비용 부담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 무인점포를 늘리고 있는 영업전략과도 유사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여신 업무에 도입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기술을 올해 3분기부터 펀드와 외환, 퇴직연금, 파생상품 등 모든 업무에 적용하는 ‘자동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기업여신, 중개업소 조사 가격 적정성 점검 등 4개 분야에 도입했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의 적용 범위를 8개 분야로 넓혔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대출 심사업무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데 이어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포스코와 손잡고 금융업무 자동화 확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금융 업무 자동화사업은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 바람과 맞물리면서 더욱 속도가 붙고 있는 모양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내놓은 ‘RPA 도입과 서비스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커먼웰스은행과 미국 골드만삭스, 스위스 취리히 보험그룹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미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업무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은행권 노사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던 정보통신기술(IT)과 자금 관리, 운전기사, 경비, 탄력점포, 대관, 홍보, 국제금융 등 특수직군은 여전히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되기는 힘든 영역이다.
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밑바탕으로 은행권의 채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나 금융노조의 뜻과도 달라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가 기업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반감을 살 수 있다”며 “업무 자동화에 따라 대체되는 인력이 고부가가치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재교육 및 조직의 변화관리 방안 등 전사적 인적자원 운영방안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