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보통신 주가가 맥을 못 추면서 롯데그룹이 계열사의 추가적 상장 추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롯데지주가 출범한 뒤 상장하는 첫 번째 계열사였던 데다 롯데쇼핑 이후로 12년 만에 신규 상장한 계열사라는 점에서 롯데그룹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9일 롯데정보통신 주가는 전날보다 1.65% 떨어진 2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7월27일 상장한 뒤 2주 가까이 공모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공모가는 2만9800원이었다.
롯데정보통신 공모가가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점에서 주가 흐름이 기대 이하 수준으로 평가된다.
롯데그룹은 롯데정보통신이 성공적으로 상장해야 앞으로 계획된 롯데그룹 계열사의 상장에도 파란 불이 켜질 것으로 보고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청약 흥행을 위해 힘썼다.
롯데정보통신은 희망 공모가밴드 2만8300~3만3800원의 하단인 2만98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롯데그룹은 2006년 롯데쇼핑 공모가가 40만 원으로 책정된 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은 경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공모자금을 많이 확보하기보다 상장 이후 롯데정보통신 주가가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정보통신 주가는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애경산업과도 비교된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롯데정보통신을 제외하면 애경산업과 티웨이항공이 전부다.
애경산업의 청약 경쟁률은 6.73대1로 롯데정보통신의 34대1보다 훨씬 낮았지만 주가 흐름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애경산업은 3월22일 상장했는데 상장 첫 날부터 주가가 급등해 공모가 2만9100원을 웃돌았다. 애경산업 주가는 상장 두 주 뒤 4만4천 원대까지 뛰었고 현재 6만5천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앞으로 줄줄이 계획된 롯데그룹 계열사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기업가치 상승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롯데정보통신을 시작으로 롯데컬처웍스,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 등을 잇달아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미 상장이 한 차례 무산된 호텔롯데도 있다. 롯데건설, 롯데렌탈 등도 상장 후보로 오르내린다.
특히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 등은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을 통해 롯데지주가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롯데쇼핑이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컬처웍스가 상장하면 롯데쇼핑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정보통신 주가가 지금처럼 계속 부진하면 계열사 상장 일정을 정할 때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롯데컬처웍스는 지금 분위기가 매우 좋지만 예상보다 상장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정보통신 주가가 부진한 이유로 높은 롯데그룹 의존도가 꼽힌다.
롯데정보통신은 1996년 설립된 롯데그룹의 SI(시스템통합) 회사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시스템 운영 등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커질수록 롯데정보통신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롯데정보통신 지난해 매출의 92.9%인 6419억 원이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재 등을 이유로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라는 점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2월13일 법정구속돼 6개월 가까이 수감돼 있다.
롯데그룹의 해외 진출뿐만 아니라 공격적 투자나 사업 확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해 대규모 투자는 물론 대외활동까지 줄이며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 재계 1위 삼성그룹이 180조 원, 2위 현대차그룹이 23조 원, 3위 SK그룹이 80조 원, 4위 LG그룹이 19조 원 정도의 투자 계획을 각각 내놓았는데 5위 롯데그룹은 이런 분위기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다.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롯데쇼핑 주가는 12년 만에 공모가에서 반토막났다. 롯데지주 주가는 지난해 10월 재상장된 첫 날 장중 한때 8만2천 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몇 달째 5만 원대에 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