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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겸 CEO와 미키 마우스 <로이터/뉴시스> |
경영이 정상화 되면 회장과 CEO를 분리해 스스로 힘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CEO가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두 자리를 겸직해 강력한 힘으로 일을 해달라는 주주들의 믿음도 있다.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 겸 CEO 이야기다.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 회장이 경영만 정상화되면 회장과 CEO 역할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들도 동의했다. 전임 회장이 CEO직을 겸직하면서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한 전례를 피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는 강력한 힘으로 디즈니 ‘구원투수’ 역할을 해달라는 주주들의 신뢰가 깔려 있다.
월트디즈니는 최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경영이 정상화되면 회장과 CEO 역할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월트디즈니는 2005년 CEO 자리에 오른 로버트 아이거 회장이 2012년에 회장직까지 맡으면서 회장과 CEO를 겸하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이번 주총에서 정상화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회장과 CEO 겸직 체제를 해제하기로 한 이유는 전임 회장인 마이클 아이즈너가 CEO와 회장을 겸직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해 월트디즈니를 망친 데 대한 뼈저린 반성 때문이다.
아이거 현 회장이 2005년 회장직에 취임하기 전까지 아이즈너 회장은 CEO를 겸직하면서 20년 동안 월트디즈니 경영에 전권을 휘둘러왔다. 그의 독단적인 경영 방식은 직원들을 회사에서 떠나게 하고 대주주와 마찰을 일으키는 등 내부 갈등을 낳았다.
창립자 월트 디즈니의 조카인 로이 디즈니는 2003년 “아이즈너가 1984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취임한 이후 10년 동안은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후 최근 7년 동안 회사의 경영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월트디즈니의 이번 결정에는 아이거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크게 작용한 것이기도 하다. 정상화를 단서로 했지만 아이거 회장에게는 CEO와 회장을 겸직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이거 회장은 취임한 뒤로 침체기에 빠진 월트디즈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주들이 이런 아이거 회장을 믿고 더욱 힘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정인 셈이다.
아이거 회장은 2005년 취임한 뒤 월트디즈니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아이거 회장은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 디즈니의 TV 콘텐츠를 아이팟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디즈니는 글로벌 대형 제작사 중 드물게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유통을 거부하고 있었다. 또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와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해 매년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크게 유행하면서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는데도 어 또한 아이거 회장의 경영성과로 꼽힌다. 2000년대 들어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한 월트디즈니는 2010년 ‘라푼젤’과 2012년 ‘주먹왕 랄프’에 이어 올해 겨울왕국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겨울왕국의 전 세계 총 티켓 수입만 해도 9억8000만 달러에 이룰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아이거 회장은 지난해 임기를 1년 연장한 바 있다. 이로써 아이거 회장의 회장직과 CEO직 임기는 2016년 4월까지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