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의 패널 공급업체로 입지를 지켜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애플에 장기간 LCD를 공급하며 주요 협력사로 자리잡은 LG디스플레이와 샤프가 모두 중소형 올레드사업 진출에 빠르게 성과를 내면서 애플의 패널 확보처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외신을 종합하면 세계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10년 가까이 지켜 오던 독점체제가 이제 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에 이어 일본 샤프도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상위 디스플레이업체들이 모두 중소형 올레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90%, LG디스플레이는 약 8%의 출하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업체에 모두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패널업체의 중소형 올레드가 적용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하반기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점유율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샤프는 대만 디지타임스 등 언론을 통해 6월부터 이미 중소형 올레드 양산을 시작했고 4분기 출시되는 자체 브랜드 '아쿠오스'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올레드분야 후발주자인 샤프가 2019년 이전까지는 상용화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시기를 앞당겨 양산을 시작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계열사인 LG전자를 제외한 고객사에 중소형 올레드 공급을 확대하는 데 고전했지만 올해 아이폰용 올레드패널 공급을 시작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직접 경쟁을 벌이게 됐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애플에 약 400만~600만 대 규모의 첫 올레드 공급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아이폰용 LCD패널도 동시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프 역시 중소형 올레드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아이폰용 패널 공급을 핵심 목표로 내걸었던 만큼 이른 시일에 적극적으로 수주 경쟁에 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LCD업황 악화와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어 애플에 공급하는 올레드패널 물량이 실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X에 올레드패널을 대량으로 공급하던 지난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2조3천억 원에 육박했지만 물량이 급감한 올해 상반기에는 5천억 원대에 그쳤다.
애플에 공급했던 물량을 LG디스플레이와 샤프 등 경쟁사에 빼앗기면 실적 반등을 노리기 어려워진다.
LG디스플레이와 샤프가 아이폰 LCD패널 주요 공급사로 애플과 오랜 협력관계를 지속해왔다는 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공급업체로 다져온 입지를 지키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애플은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샤프도 올레드 상용화에 성공한 덕분에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 수준을 낮출 수 있게 됐다"며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부품 의존을 낮추기 위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 출시하는 아이폰에는 BOE 등 현지업체의 올레드패널을 사용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결국 애플에 올레드패널 공급 성과를 장기간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애플에 의존을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소형 올레드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적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