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7-12 1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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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미국 원료의약품 생산기업을 인수하며 미국 의약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SK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엠팩(AMPAC Fine Chemicals)의 지분 100% 인수를 결정했다.
▲ 엠팩의 미국 버지니아주 피터스버그 생산시설 전경.
인수 가격은 7천억 원∼8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엠팩은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돼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며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미국 내 3곳의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1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5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엠팩은 특히 미국 제약사들이 밀집한 서부 지역에 있어 다수의 유망 혁신 신약제품의 임상 및 상업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20년 이상의 장기 파트너십을 맺어 고도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가 필요한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신약물질들의 단독 혹은 우선공급자 지위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바이오제약시장에서 미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번 인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기조의 규제 강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인수가 SK뿐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제약업계 전체에 큰 의미가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SK는 바이오제약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가 글로벌시장에서 도약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세계 제약시장은 연 평균 4%의 성장을 하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선두 위탁개발·생산업체들은 연 평균 16%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이 의약품 생산을 전문업체에 맡기는 추세인 데다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신생 제약사들도 많아지고 있어 이런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임상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원료의약품을 공급해 글로벌 선두 위탁개발·생산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는 기존 의약품 제조사업과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1998년부터 당뇨·간염 치료제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현재 SK바이오텍은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모두 40만 리터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데 여기에 앰팩이 가세하면 생산 규모는 연간 100만 리터로 확대된다.
SK는 SK바이오텍의 아시아, 유럽의 생산시설과 엠팩을 '삼각편대'로 활용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한다. 2022년까지 기업가치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위탁개발·생산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 관계자는 “엠팩의 생산시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검사관의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최고 수준의 생산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엠팩 인수를 통해 향후 미국의 생산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제품 안전성과 고객 신뢰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