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올해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행산업에 경쟁과 혁신을 불러오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안정화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적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지 못할 경우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10년 걸려야 총자산 47조 원 달성
IBK투자증권은 22일 보고서에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10여 년 뒤 이론적으로 총자산 47조1천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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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 |
IBK투자증권은 미국과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차지하는 점유율을 합산해 평균을 낸 뒤 국내에 대입해 규모를 예상했다.
미국의 경우 2013년 말 기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총자산 60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은행 자산의 3.9%에 해당한다. 일본은 같은 기간에 총자산 8963억 엔으로 1.0%를 차지했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약 10년 뒤 순이익 4천억 원을 올릴 것으로 봤다. 이는 미국과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해 평균을 낸 뒤 국내시장에 대입한 결과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미국이나 일본만큼 자리를 잡으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2001년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으며 일본은 2000년 첫 인터넷전문은행이 만들어졌다”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내려면 마찬가지로 13~14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열쇠는 ‘차별화’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등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준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기더라도 현재 기존 은행과 차별점이 없어 이른 시일 안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22일 보고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주택담보나 중소기업대출에서 경쟁력을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로 경쟁이 치열해진 대출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이 준비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강화전략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 NH금융, IBK기업은행 등은 모두 올해 안에 비대면 방식 서비스를 강화한 인터넷뱅킹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생기더라도 기존 은행이 경쟁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봤다. 그는 기존 은행과 제2금융권 회사들이 자회사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면서 조성될 은행산업과 핀테크산업 생태계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기존 은행과 제2금융권 회사들을 중심으로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키움증권, SBI저축은행이 공식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사를 밝혔다. 미래에셋금융과 한국투자금융 등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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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에서 성공하려면 관련된 규제가 완화하고 특정 고객층을 상대로 특화 영업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본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가려면 금융실명제법 등 기존 제도와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런 변화가 생겼을 때 은행의 효율성 등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 영업점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도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사례를 보면 특정한 고객층을 겨냥해 카드론이나 자동차금융 등 세부적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가 많았다”며 “특화한 상품으로 승부해야 안정적 수익률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은 고객들의 요구에 따른 튼튼한 기반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일단 기업대출보다 가계소액신용대출 위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