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부동산시장이 가파르게 냉각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완공 등으로 배후 주거단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시각이 퍼지면서 부동산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삼성 반도체공장에 들떴던 평택 부동산시장 시름 깊어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평택 1라인).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의 집값 하락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일 기준 평택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보다 0.3% 내렸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크다.

평택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첫째 주부터 22주 연속으로 내렸다. 경기도 안성시와 안산시 집값도 하락세를 보이지만 평택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애초 평택은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가동에 따라 본사뿐 아니라 협력기업 직원들의 이주가 늘어나 주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2월에 평택에 3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에서 평택으로 기지를 완전히 이주하면서 상주인구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도 평택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보였다.

하지만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미군기지 이전 등의 개발 효과가 평택 부동산시장에 좀처럼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미군기지 이전 효과는 이미 시장에 모두 반영됐던 것”이라며 “평택 부동산시장은 2016년부터 잠잠해지기 시작해 올해 초부터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 부동산경기가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올해 평택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효성은 3월 평택소사벌효성해링턴코트를 분양했다. 모두 447가구를 모집했는데 256명만 청약을 신청했다.

포스코건설이 4월에 분양한 평택더샵센트럴파크 1블록, 2블록의 청약 경쟁률도 각각 0.08대 1, 0.44대 1에 그쳤으며 파인건설이 분양한 평택안정리더맥심험프리스의 청약 경쟁률도 0.5대 1에 머물렀다.

효성과 포스코건설, 파인건설은 분양을 시작한 지 3~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분양 홍보를 진행하며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통계누리의 집계에 따르면 평택 미분양 주택 수는 2017년 9월 1007가구에서 올해 3월 736가구까지 줄었으나 5월에 다시 1056가구를 보였다.

문제는 평택 입주물량이 앞으로 한동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평택 입주물량은 올해 9천 가구에서 내년 1만7천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일 때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했던 물량이 내년에 입주물량으로 돌아오는 것인데 2년 동안 2만6천 가구 가까이 공급되면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전세가격은 이미 1월부터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은 5월 말 기준으로 72%를 보여 경기도 평균인 75.9%보다 낮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