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업체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는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서울의 한 알뜰폰 판매점. <연합뉴스>
알뜰폰업체 에넥스 텔레콤은 최근 월 9900원에 데이터2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50건을 제공하는 ‘LTE99’요금제를 출시했다.
우체국이 운영하는 알뜰폰 판매업체 ‘큰사람’ 역시 월 1만4850원에 데이터 1.5GB, 음성통화100분, 문자100건을 제공하는 ‘국민통신요금제’를 출시했다.
세종텔레콤은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신규 가입 고객에게 데이터 500MB를 추가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이벤트를 이용해 ‘스노우맨스마트500M’ 요금제에 가입한다면 데이터1GB, 음성통화 100분, 문자200건을 월 1만1천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알뜰폰업계에서 최근 내놓은 상품은 ‘반값 보편요금제’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정부의 보편요금제보다 훨씬 조건이 좋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보편요금제방안은 월 2만 원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게 뼈대다.
보편요금제는 알뜰폰의 기존 요금제와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가 추가적으로 요금 인하를 하지 않는다면 가입자 모집에서 이통3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KT는 5월30일 월 3만3천 원에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LTE 베이직'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에 25% 선택약정이 적용되면 월 2만4750원으로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의 사용료가 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요금 인하와 함께 망 도매대가 인하, 전파 사용료 면제기간 연장 등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는데도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알뜰폰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과 보편요금제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알뜰폰이 경쟁력을 갖출 때 정부가 원하는 가계통신비 인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알뜰폰업계의 움직임에 호응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알뜰폰 전파 사용료 감면기간을 올해 9월30일에서 2019년 12월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알뜰폰업계의 주장처럼 경영난이 해소될 때 까지 전파 사용료를 무기한 면제해주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알뜰폰업계 스스로 위기 탈출을 위한 혁신적 방안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6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알뜰폰시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활성화방안' 세미나에서 “알뜰폰은 가격 경쟁력 외에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부족하다”며 “알뜰폰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알뜰폰 업체들의 자기혁신 노력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알뜰폰의 단점이라고 주장하는 접근성과 고객 상담 서비스의 불편함, 부가 서비스의 부재 등이 해결되어야만 알뜰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업체들의 혁신방안으로는 공동 유통망, 공동 콜센터 구축 등이 제시되고 있다. 영세한 알뜰폰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알뜰폰시장의 판을 처음부터 새로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경환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이통3사가 운영하지 않는 순수 알뜰폰업체들의 통신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며 이는 알뜰폰업체에 불리한 망사용료 산정 방식, 마케팅 경쟁에서 열세, 한정된 판매처, 상품 구성의 제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 알뜰폰 지원정책은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망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알뜰폰 육성정책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이통3사가 운영하지 않는 알뜰폰업체들이 계속된 출혈성 요금경쟁에서 버틸 수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