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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2위 경쟁, 누가 탈락하나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1-19 01: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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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2위 경쟁, 누가 탈락하나  
▲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왼쪽)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두 회사는 업계 2위를 굳히고 삼성생명 추격에 나서려고 한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밀리면 만년 3위로 밀리면서 선두경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해 체면을 구기는 일을 겪었다.

김 부회장은 보험업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희망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에 나서 저울질만 하다 본입찰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총자산 88조670억 원에 영업수익 10조7722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교보생명은 이 기간에 총자산 85조2411억 원에 영업수익 9조1510억 원을 기록해 한화생명에 박빙의 차이로 밀렸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분기 말까지 누적 순이익 4688억 원을 올려 업계 2위를 차지했다. 한화생명은 이 기간에 순이익이 3967억 원에 그쳤다. 외형은 교보생명보다 커졌지만 실속은 없었던 셈이다.

김 부회장은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한화생명을 일류 보험사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올해를 삼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기회가 나면 은행 인수에 다시 나서고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김연배 “비용 경쟁력 확보해야”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은 16일부터 이틀 동안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올해를 세계 초일류 보험사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화생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비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 말 직원 540여 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정리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희망퇴직한 300여 명까지 합치면 1년 동안 800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문을 나섰다. 2013년 말 기준으로 4738명이었던 직원들 가운데 18%가 회사를 떠났다.

한화생명은 비대해진 조직을 날씬하게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일반직의 경우 과장급 이상이 전체 인력의 70%에 이르렀다.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전반에 저금리 불황이 엄습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급락했다. 이런 점도 한화생명을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상반기에 205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23%나 줄어든 것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험사가 자기자본을 이용해 얻은 수익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해 상반기 5.74%에 머물렀다. 2013년 상반기에 기록한 7.68%에서 1.94%포인트 떨어졌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한화생명은 지난해 두 차례 인력을 감축하면서 올해부터 연간 900억 원 정도의 사업비 절감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신영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부터 한화생명에서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면서 순이익이 2014년보다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임직원들에게 많은 상처를 안겼다.

김연배 부회장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지난해 12월 ‘살생부’ 논란에 휩싸였다. 1천 명을 퇴직시키기 위해 특정 직원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강요했다는 말이 흘러다녔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1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들을 지방에 강제로 발령하거나 보직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살생부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실제 구조조정 규모도 1천 명보다 적었고 노동조합과 합의까지 끝낸 상태”라고 해명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2위 경쟁, 누가 탈락하나  
▲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

◆ 한화생명 매각설, 경영 리스크 될까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알짜 계열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한화생명이 2002년 인수된 후 한화그룹의 주력회사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 4개를 인수하기로 한 뒤 지분이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한화그룹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룹과 연관성이 낮은 한화생명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화생명의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이런 소문에 대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세부 방안이 확정되면 다시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답변 때문에 한화그룹이 한화생명의 지분매각을 할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 부회장이 구조조정을 한 것도 매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해석까지 나돌고 있다.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데 삼성그룹에 지불해야 하는 대금은 1조9천억 원 정도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쌓은 사내유보금 6조 원의 30%가 넘는 규모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 강화를 위해 삼성테크윈이 지분 10%를 보유한 한국항공우주(KAI)도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국항공우주 인수를 검토할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몸값이 8천억 원 이상이어서 한화그룹은 자금부담을 안고 있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한화그룹이 삼성테크윈 등 대규모 인수를 추진하면서 인수대금으로 한화생명의 지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할 수 있다”며 “이런 매각 이슈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 신창재, 우리은행 인수 재도전 뜻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015년에도 은행 인수에 재도전할 뜻을 보였다. 생명보험업계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자 다른 금융산업에서 안정적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5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은행 인수의 꿈을 접지 않았다”며 “은행 인수를 유보한 것으로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우리은행 4차 민영화 시도에서 경영권 지분 30%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우리은행 민영화는 무산됐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 재도전과 관련해 “우리은행 매각조건을 철저하게 검토하겠다”며 “은행 인수는 장기투자이며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를 포기하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잠정적 재무구조 리스크가 해결됐다며 오히려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교보생명이 이전에도 여러 번 인수합병을 포기한 전력을 들어 지나치게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우리금융지주 시절인 2011년 민영화 때도 참여하려 했으나 포기했다. KB금융과도 인수합병을 논의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신 회장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신 회장이 기업인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남길 경우 앞으로 은행을 인수하려 할 때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현 상태로 한화생명과 벌이는 생명보험업계 2위 경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보험사의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2013년 시장점유율 12.45%를 차지했다. 2011년과 동일한 수치에서 제자리걸음했다. 그동안 한화생명은 2011년 13.24%에서 2013년 14.19%로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보수적 성장전략을 취하면서 안정적 재무구조를 만들었으나 그만큼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 인수합병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자본여력을 마련해야 만년 3위 회사가 될 위험에서 확실하게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2위 경쟁, 누가 탈락하나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교보생명, 기업공개 추진할까


신 회장은 올해 교보생명을 놓고 기업공개를 추진해 은행 인수 등에 쓰일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생명보험업계에서 동양생명이 2009년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잇따라 기업공개를 했다.

교보생명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컨소시엄에 팔았다. 교보생명은 당시 어피너티컨소시엄에 “2015년 말까지 회사를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6조9129억 원이다. 여기에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더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로 계산하면 시가총액만 6조 원 이상에 이른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상장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권 관계자들은 교보생명이 상장할 경우 공모청약으로 1조 원 이상을 모을 것으로 예측했다. 교보생명이 현금보유자산 외에 우리은행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규모다.

교보생명은 시장상황에 따라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회사들이 상장 뒤 공모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주가가 더 떨어지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2010년 5월 상장 당시 공모주 청약경쟁률 40.60대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만 19조8444억 원이 몰렸다. 그러나 상장 이후 기대와 달리 계속 공모가 11만 원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최근 주가도 11만 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한화생명도 2010년 3월 공모가 8200원에 상장한 뒤 주가 하락세를 겪었다. 최근 주가도 공모가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2009년 10월 공모가 1만7천 원에 상장했으나 최근 주가는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상장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며 올해 안에 할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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