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현재 규제대상은 아니나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다. 김 위원장이 이런 회사들까지 규제를 확대하기 위해 감시망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공정위는 “현행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내부거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규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각지대 회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현재 규제대상에 포함된 회사들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다수의 규제대상 회사들이 규제를 회피한 후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4일 대기업집단 공시실태 통합점검을 추진하면서 집중 점검 5개분야 가운데 하나로 규제 사각지대 회사를 포함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회사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자회사를 규제 사각지대 회사로 꼽았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과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삼성웰스토리 등 6곳,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서림환경기술과 현대첨단소재 등 2곳, SK그룹에서 SK바이오텍과 SKE&S 등 7곳, LG그룹에서 서브원과 LGCNS 등 4곳이 규제 사각지대 회사 명단에 올랐다.
GS그룹의 GS글로벌, 한화그룹의 한화S&C, 현대중공업의 현대글로벌서비스, 두산의 네오플럭스 등도 포함됐다. 법망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전부터 꾸준히 일감 몰아주기 혹은 편법승계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회사들이 대거 대상이 됐다.
공정위가 지목한 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모두 36개 그룹, 219개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203개)보다 오히려 많다.
집중 점검분야로 꼽힌 5개 분야의 나머지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비영리법인과 거래회사, 지주회사, 상표권 사용 거래 등이다. 지난해부터 공정위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실태조사 등을 추진해 온 영역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정위가 규제 사각지대 회사를 집중 점검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장기적으로 이런 회사 또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장사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지분율을 30%에서 20%로 낮추려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상장사로서 총수일가 지분이 20~30%인 규제 사각지대 회사들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또 총수일가 직접 지분뿐 아니라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지분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요건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법안도 나와 있다. 간접 지분 산출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역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의 50% 이상 자회사인 규제 사각지대 회사들이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특별위원회를 통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조만간 발표하는 전면 개편안에 이러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의견이 만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의지는 강력하다.
그는 14일 취임1년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대한상의 세미나에서도 “임기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일감 몰아주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