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업고 사측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가 그동안 요구해온 노동이사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등을 놓고 사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의장(왼쪽)과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과 연이어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대부분 이번 선거에서 당선됐다.
금융노조와 정책협약을 맺은 인사들을 살펴보면 당시 후보들이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최재성 국회의원(서울 송파을) 등이다.
금융노조와 이들이 맺은 협약을 살펴보면 금융노조가 각 후보를 지지하는 대가로 각 후보는 당선된 뒤 ‘노동 존중 지역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구체적 방안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금융권 고용 안정, 지방은행 발전 방안, 금융기관 낙하산인사 근절 등을 각 후보에게 요구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데 이어 6.13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민주당과 관계를 더욱 가까이 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으면서 금융노조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현안과 관련해 정치적·경제적 지원을 얻어낼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융노조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이틀 만인 15일 사측이 협상과정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자협의회와 벌이고 있던 산별중앙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금융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요구안을 살펴보면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과 노동이사 선임 등을 통한 경영참여,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성과주의 강화 금지 등이 담겼다.
금융권 노사는 4월부터 2달여 동안 실무자교섭 18차례, 임원급교섭 3차례, 대대표교섭 3차례, 대표단교섭 4차례 등 모두 28번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선을 긋고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도입에는 공감하지만 ‘예외업무’ 범위를 놓고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노사의 산별중앙교섭이 다른 해에 보통 가을이 지날 때쯤 타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노조가 이례적으로 강수를 뒀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노조가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압승 분위기를 등에 업고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측을 압박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겸 사용자협의회 의장은 “다른 해와 비교해 협상안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며 “충실하고 성실하게 교섭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금융노조가 결렬을 선언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앙노동위원회에 가더라도 필요하다면 노사 사이 대화를 꾸준히 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을 등에 업은 금융노조의 강경한 태도에 사측은 눈치를 보면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권 노사가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까지 상당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