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코발트의 공급 부족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각해지며 전기차와 배터리업계에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SDI는 코발트 물량 부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장기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외국언론을 중심으로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3일 "테슬라가 코발트 공급 부족으로 전기차 '모델3' 양산 목표에 발목을 잡혔다"며 "코발트가 전기차 생산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코발트는 중대형 배터리 원가의 10~2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금속으로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테슬라 주력차종인 모델3 생산량은 지난해부터 목표치를 계속 크게 밑돌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팩 생산 공정 과정 일부에서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 이유는 내놓지 않았다.
포브스는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기업의 코발트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모델3 생산 차질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독점 공급사인 일본 파나소닉이 최근 코발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기술 개발을 시작한 점은 코발트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파나소닉은 에너지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를 통해 "코발트 사용량을 꾸준히 줄이고 있지만 미래에는 아예 필요가 없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연구가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코발트 평균 가격은 현재 1파운드(약 450그램)당 약 42달러로 2년 전보다 3배 정도로 뛰었다. 가격 상승세가 최근 주춤했지만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증권사 번스타인을 인용해 "세계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정책이 활성화되면 코발트 가격은 파운드당 6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브스는 테슬라에 이어 애플과 삼성 등 거대 기업들이 코발트 수급망 강화를 추진하며 전 세계적으로 물량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에 올라 있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SDI는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보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초 해외 코발트업체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고 버려진 휴대폰에서 코발트를 수거하는 재활용사업에도 진출했다. 코발트 광산업체와 직접 수급 계획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삼성SDI의 코발트 재활용 등 노력이 코발트 부족 영향을 다소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62% 정도를 장악한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가장 공격적으로 생산 증설과 코발트 수급에 나서고 있어 물량 부족이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020년 초반부터 전 세계 배터리업체들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코발트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나소닉에 이어 삼성SDI도 코발트 비중을 지금보다 대폭 낮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주위에서는 실제 상용화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이닝닷컴은 "배터리업체들이 코발트 비중을 줄이려는 것은 매우 위험성이 큰 시도"라며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BK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2020년에 약 4조 원 정도로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코발트 가격 상승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 외형 성장에도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삼성SDI가 코발트 공급업체에 대량의 선금을 지불하고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이 전기차 배터리사업 확대를 위해 고려할 만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