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에서 채용을 둘러싼 비리와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현직 임원과 노조위원장이 청탁에 연루됐고 단골식당 주인 자녀까지 부정으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SR 공개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챙긴 노조위원장과 김 전 대표이사, 임직원 12명 등 모두 13명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김 모 전 영업본부장과 박 모 전 인사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SR 신입,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9차례에 걸쳐 점수나 순위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신입 14명과 경력직 10명 등 직원 24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이사는 처조카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에 직접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김 전 영업본부장은 주변인 또는 노조위원장 등의 청탁을 받아 박 전 인사팀장에게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박 전 인사팀장은 박 전 기술본부장의 단골식당 주인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접수기간이 끝났는데도 박 전 기술본부장이 직접 건네받은 외국어 성적증명서를 면접 점수에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인사팀장은 김 전 영업본부장의 지시로 상위 점수자를 고의 탈락시킨 뒤 순위를 조작해 청탁 대상자가 최종 합격하도록 만든 혐의도 받고 있다.

서류 점수가 합격선에 들지 못한 청탁 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상위권에 있는 다른 지원자 수십 명을 무더기로 탈락시키는가 하면 위탁기업에 평가를 맡긴 서류전형 순위까지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전 영업본부장은 인사위원회 의결문서를 조작하도록 지시해 모집분야의 합격 인원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청탁 대상자가 면접시험에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마치 응시한 것처럼 허위 면접표를 작성해 점수를 조작한 정황도 밝혀졌다.

김 전 영업본부장은 수송처장과 영업처장에게 면접을 실시할 때 내정자 명단에 '영'(영업본부장), '위'(노조위원장), '비'(비서실), '수'(수송처장) 등을 메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구속된 박 전 인사팀장과 김 전 영업본부장 외에도 이 모 노조위원장의 혐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 노조위원장은 입사 청탁자 부모 11명에게 부정채용 청탁을 받고 금품 1억230만 원을 수수했다. 경찰은 이 노조위원장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에 착수한 뒤 외부 서류평가 점수표와 면접 채점표를 조직적으로 파기하려 한 증거인멸 정황이 있어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전 대표이사 등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청탁 대상자를 채용하기 위해 아무런 이유 없이 탈락시킨 지원자가 모두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