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주도권이 케이블TV에서 IPTV로 넘어가고 있다”며 “여건만 조성된다면 IPTV를 중심으로 유료방송업계에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IPTV는 최근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11월 말 IPTV 가입자 수는 1422만281명으로 1409만7123명의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앞질렀다. 2008년 11월 IPTV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 만이다.
이런 변화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패러다임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김 연구원은 “IPTV는 유무선 네트워크에서의 결합상품, 마케팅 능력 뿐 아니라 콘텐츠 확보 측면에서도 케이블TV를 앞서고 있다”며 “통신과 방송의 결합상품은 요금과 서비스 측면에서 장점이 많아 IPTV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PTV의 강세가 지속될수록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CJ헬로 등 케이블TV 회사들이 기업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TV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케이블TV회사가 잠재적 매물로 꼽히고 있다.
케이블TV회사의 기업가치는 이미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케이블TV 회사의 기업가치는 가입자당 가치로 계산하는데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지난 2007년 딜라이브(옛 씨앤엠)를 인수할 때 가입자당 가치는 10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딜라이브가 3월 서초방송을 매각할 때 적용한 가입자당 가치는 65만 원이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료방송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 IPTV의 우위는 예정돼 있던 일”이라며 “케이블TV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유료방송시장의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점도 유료방송시장의 재편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가 법안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예정대로 6월27일 일몰된다.
현행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한다. 규제가 폐지되면 KT 등 점유율이 높은 IPTV 사업자도 케이블TV회사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
물론 방송법과 IPTV의 일부개정을 통해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의 파행으로 통신과 방송 관련 법안을 다루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6·13 지방선거 때문에 당분간 법안 심사가 힘들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과기정통부도 합산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사실상 일몰수순을 밟고 있어서 케이블TV 회사를 노리는 IPTV 사업자들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수월해질 것”이라며 “케이블TV업계에서도 제값을 받기 위해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